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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택지 ‘벌떼입찰’ 차단…‘1사 1필지제’ 도입·등록기준 미달시 환수
국토교통부, 26일 벌떼입찰 근절 대책 발표
81개사 111필지서 페이퍼컴퍼니 의심 정황
계약 해제·택지 및 부당이득 환수 방안 검토
법규 위반업체 대상 사전청약 인센티브 축소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정부가 다수 계열사를 동원해 공공택지를 낙찰받는 이른바 ‘벌떼입찰’을 근절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필지 당 입찰에 참여 가능한 모기업·계열사 수를 제한하는 ‘1사 1필지’ 제도를 내달 도입하고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한다. 이미 토지를 취득한 경우에도 부적절한 방법이 확인되면 계약 해제와 함께 택지 환수 조치 등에 나선다.

국토교통부·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6일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벌떼입찰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위례신도시 전경 [헤럴드경제DB]

벌떼입찰은 건설사가 공공택지 낙찰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페이퍼컴퍼니(위장회사)를 내세우거나 계열사를 동원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지난달 국회에서는 대표적인 불공정 입찰 관행으로 벌떼입찰이 거론됐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에 대해 “제재 방안과 환수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토부가 최근 3년간 LH에서 공공택지를 추첨으로 공급받은 101개사(133필지)를 대상으로 추첨 참가자격 미달, 택지 관련 업무 직접 수행 여부 등을 점검한 결과, 총 81개사(111필지)에서 페이퍼컴퍼니 의심 정황이 포착됐다.

이 중 10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현장 점검에서는 관련 택지 업무를 소속 직원이 아닌 모기업이나 타 계열사 직원이 수행하거나, 소속 직원 급여를 모기업에서 지급하는 등 택지 확보를 위해 계열사를 설립한 구체적인 정황이 적발됐다.

국토부는 소관 지방자치단체에 ‘건설산업기본법’ 관련 위반사항을 알리고,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요청했다. 이와 별도로 경찰 수사를 의뢰하고, 계약 당시 등록기준을 미달(페이퍼컴퍼니)해 1순위 청약 자격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계약 해제와 택지 환수 등의 조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미 제3자 권리관계가 형성돼 택지 환수가 어려운 사례는 부당이득 환수 또는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나머지 71개 업체에 대해서도 연말까지 LH·지자체 합동 현장점검을 시행하고 처분에 나선다.

국토부는 법규 위반 업체에 대해선 사전청약 참여 시 제공하기로 했던 인센티브도 줄이기로 했다. 앞서 택지를 낙찰받은 업체가 인센티브를 통해 또 다른 택지를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가점 축소(경쟁방식 최대 5%→일괄 1%, 추첨방식 최대 4점→일괄 1점, 우선공급 최대 2회→불가)에 나선 것이다. 모든 업체에 대한 사전청약 인센티브 제공은 수사 등이 종료될 때까지 잠정 중단한다.

이 밖에 다수 계열사를 동원한 추첨 참여가 담합 또는 부당 지원 등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공정위에 조사를 의뢰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는 벌떼입찰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내달 중 1사 1필지 제도를 도입하고 2025년까지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한다. 이는 공공택지 추첨에 참여 가능한 모기업과 계열사의 수를 1개사로 제한하는 것으로, 적용 대상은 규제지역(주택법상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및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과밀억제권역)의 300가구 이상의 택지다.

사전 확인 절차도 강화한다. 국토부는 LH 등 공공택지 공급자가 당첨자 선정 즉시 지자체에 페이퍼컴퍼니 점검을 요청하고, 지자체가 30일 이내 결과를 통보할 수 있도록 주택법 개정에 나선다. 주택건설사업자 등록증 대여 시 제재 대상을 대여자뿐만 아니라 차용자·알선자·공모자 등으로 확대한다.

업무수행 기준도 구체화한다. 택지 당첨 업체가 관련 업무를 직접 수행하지 않으면 택지공급 계약을 해제하고 향후 3년간 택지공급을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한다. 택지공급 계약 등 관련 업무를 위임할 수 있는 대리인의 범위를 소속 직원으로 제한(2년 이상 재직자 원칙)하고, 위임장과 함께 근로계약서 등 증빙자료 제출도 의무화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오후 벌떼입찰 현장으로 지목된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 공동주택단지 일대를 찾았다. 그는 “이번 조치를 통해 앞으로는 일부 특정 건설사들이 계열사를 대거 동원해 공공택지를 낙찰받는 사례는 없을 것”이라며 “3기 신도시 등 향후 대규모 공공택지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건설사 브랜드가 다양해지고 보다 특색있는 아파트 공급이 가능해져 소비자 만족도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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