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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시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산업의 성장과 자율등급제

온라인동영상 자율등급제가 마침내 도입되었다. 지난 7일 국회는 온라인을 통해 제공되는 비디오(동영상)에 대한 사업자의 자체적인 등급 분류(자율등급제) 허용을 골자로 하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화비디오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영화비디오법에 따르면 비디오물은 유통 전에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의 사전심사를 거쳐 등급 분류(전체관람가, 청소년 관람불가 등)를 받아야 한다. 무상 또는 교육, 학습, 종교활동 동영상 등의 제한적인 예외만 인정된다. 사업자는 등급 분류 사항을 명확히 표시하고 등급에 따라 시청자에게 제공하여야 하며, 등급 분류를 받지 않은 비디오물은 불법 비디오물로, 판매나 유통이 엄격하게 금지된다. 이러한 의무는 형사처벌이나 과태료 등의 제재 조치를 통해 엄격히 규제되고 집행된다. 등급 분류 제도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었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를 합헌으로 판단했다(2004헌바36).

위헌의 파고를 넘은 등급 분류 제도에 대한 또 다른 도전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확대였다. 비디오물의 제작 주체가 제한적이고, 그 소비 매체 및 경로가 테이프, CD, DVD 유통 등의 방식으로 정형화된 시대에는 영등위에 의한 등급 분류 사전 심사가 적절히 동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보통신의 발전에 따라 영상 제작 및 유통의 규모와 범위가 확대되면서 등급 분류의 대상이 되는 비디오물의 수가 대폭 증가했다. 개정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등급 분류 건수가 1만6167건으로 5년 전 대비 146% 증가했고, 심사기간도 10일로 전년도 대비 4일이나 지연됐다.

등급 분류 심사의 지연의 가장 큰 피해자는 국내 시청자다.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하여 전 세계 모든 시청자에게 동시에 비디오물을 유통하고 상영할 수 있는 시대다. 해외 유명 가수의 라이브 공연 동영상이 공연 직후에 온라인으로 배포된다. 하지만 한국 시청자들은 등급 분류 심사가 끝나고 이미 전 세계의 관심이 지나간 후에야 뒤늦게 이를 시청할 수 있다.

수많은 비디오물이 제작되고 유통되고 소비되는 시대에 사전 심사기간은 사업자 입장에서도 큰 제약이 된다. 콘텐츠의 제작, 유통 및 소비 주기가 짧아질수록 영등위의 사전 심사기간은 큰 운영상의 제약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자율등급제는 이런 등급 분류의 적체 및 지연을 사업자에 의한 자체적인 등급 분류 프로세스를 통하여 해소하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일정한 자격을 갖추고 정부가 지정한 사업자만 자체 등급 분류를 허용하는 지정제 형태로 도입되면서 제도의 실효성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기존 등급 분류 제도의 한계에 대해서 정부와 산업계 모두 공감하는 만큼 실효성 있는 부속 법령을 통하여 자율등급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온라인 동영상 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것을 확신한다.

더 나아가 기존의 등급 분류 제도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정형화된 구조와 방식, 그리고 상대적으로 제한된 주제의 비디오물이 제작되고 유통되는 시대에는 비디오물의 내용을 기초로 그 시청 가능 연령을 판정하고 분류하는 현재 등급 분류 제도가 작동 가능하고 효과적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는 기술의 발전과 다양성의 확대로 인해 수많은 주제와 내용의 동영상이 여러 형태와 경로로 쉽게 제작, 유통 및 소비될 수 있는 시대다. 후견적으로 동영상의 시청 가능 연령대를 판정하고 제한하는 접근 방식이 얼마나 유효하고 효과적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청소년 보호라는 제도의 취지를 유지하면서 등급 분류의 기준이나 방식, 내용을 유연하게 운용해 등급 분류 제도가 온라인 동영상 유통 및 산업의 성장에 제약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고민이 필요하다.

노태영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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