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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장실 한동에 7억?… 넋나간 예산안 [팀장시각]
878억 영빈관 예산, 총리도·수석도 몰라 ‘요지경’
여당 의원까지 “얼마나 코미디 같은 일이냐” 질타
화장실 한동에 7억…尹 “복지에 쓸돈”은 靑이전비
관람객용 화장실(예시). [한병도 의원실 제공]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이쯤 되면 나라가 이상하달 수밖에 없다.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수석조차 몰랐던 영빈관 신축 예산은 내년 예산안에 반영됐고, 정작 반영됐어야 할 합동참모본부 건물 이전예산은 예산안에선 빠졌다.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며 개방했던 그곳을 유지·관리키 위한 예산은 내년까지 460억원이 넘게 쓰이게 됐고, 그중엔 7억원짜리 화장실 건립비도 들어가 있다. 총체적 부실이다. 당장 야당에선 국정조사 주장이 나온다.

[한병도 의원실 제공]

‘요지경 예산안’의 시작은 영빈관 건립비였다. 지난달 30일 국회에 제출된 예산안엔 영빈관 신축에 878억원이 소요된다고 적시돼 있다. 숫자들로만 빼곡히 적혀 있는 암호 같은 예산안에서 영빈관 신축비를 찾아낸 것은 야당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애초 ‘영빈관은 계속 쓰겠다, 이전 필요성은 있다’ 정도로만 설명을 해둔 상태였다. 심각성은 해명 과정에서 더해졌다. 국무총리는 자신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예산안인데도 ‘몰랐다. 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했다. 대통령실 수석들도 몰랐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시선은 ‘영빈관을 옮길 거야’라고 말했던 인사로 쏠린다.

영빈관 예산 지적은 국민의힘 내에서도 나왔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국회에서 국무조정실 1차장을 향해 “중요한 국가 의제의 의사결정을 조정하고 필요하면 중요한 사항을 대통령과 총리가 알도록 하는 책임이 국조실의 존재 이유다. 이게 얼마나 코미디 같은 일인가”라고 말했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도 “‘몰랐다’고 하는 총리의 답변, 그것도 틀린 자세다. 지금 공무원들 자세가 그렇다”고 말했다. 영빈관 신축 예산에 대해 야당은 물론 여권까지 정부를 질타하고 나선 것은 ‘졸속 추진’이라는 야당의 공세에 여권마저도 ‘문제가 있다’는 점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반영돼야 했던 예산은 빠졌다. 청와대가 용산 대통령실로 옮기며 내년부터 시작돼야 할 합참 이사비용이다.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조차 ‘1200억원이 든다’고 했던 그 비용은 내년 예산안엔 없다. 국방부는 합참 이전비가 반영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선행 연구와 사업타당성 조사 등을 거치지 않아 설계비가 나올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 인수위 때부터 이전 필요성이 있다고 했던 사안인데 예산안엔 반영이 안 됐다. 합참 이전 착수는 일단 내년엔 어려워진 셈이다. 당연히 합참 이전시기 역시 애초 계획 2026년보다 미뤄질 개연성이 커졌다.

기존 청와대 관광·개방관리엔 내년까지 465억원이 소요된다. 올해 정부가 예비비로 쓴 청와대 개방비용은 96억원, 내년 예산으로는 369억원이 편성됐다. 눈에 띄는 것은 청와대 경내에 설치될 관람객용 화장실 1기 건립비인데 평당(3.3㎡) 약 1000만원의 공사비가 들어 총 7억원이 소요된다. 이외에도 청와대 조경관리에 74억원, 입장관리에 123억원, 관람환경 개선에 16억원이 들어간다. 윤석열 대통령은 태양광사업에 소요된 ‘전력산업기반기금’을 두고 “어려운 분들을 위한 복지에 쓰여야 할 돈”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원자력·풍력 등 분야의 기술 개발’에 소요될 돈이다. 진짜 복지를 위해 사용돼야 할 돈은 드러난 것만 수천억대인 청와대 이전비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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