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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박 빚’도 탕감해준다”…문턱 낮은 ‘빚탕감’ 제도에 논란 지속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지난해 A씨는 도박 및 가상화폐 투자로 7000만원의 빚을 떠안았다. 상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A씨는 변호사를 선임해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법원은 두 달간의 재판 끝에 채무 원금의 50%인 3500만원만을 청산하라고 판결했다. 담당 변호사는 “애초 법원이 채무 전액을 변제하라고 권고했지만, 도박상담센터의 상담확인서와 반성문을 제출한 끝에 법원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소상공인 대상 채무조정 정책인 새출발기금 발표 이후 ‘빚탕감’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도박 빚을 진 채무자도 개인회생 제도에 따라 채무를 감면받을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회생 제도의 낮은 문턱이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도박 빚도 면책해주는 ‘개인회생’…원금 90%까지 감면 가능해
대전 한 도박장의 책상 위 모습.[연합]

현행법에 따르면 개인회생을 받을 시 도박 등 사행성 행위에 따른 채무도 감면이 가능하다. 채무자회생법은 파산의 면책 불허가 사유 중 하나로 ‘도박 등 사행성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회생의 경우 면책 불허가 사유에 해당 조항이 없어 도박 빚도 면책될 수 있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개인회생에는 도박 빚에 따른 비면책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도박 빚이 개인회생의 신청 기각 사유로는 작용할 수 있지만, 이는 개별 재판 사항"이라고 말했다.

물론 모든 재산을 처분하고 남은 채무에 대한 변제 책임을 면제받는 개인파산과 달리 개인회생은 3년에서 5년간 소득을 창출해 채무를 갚아야 한다. 그러나 정해진 기간, 일정한 금액을 갚으면 나머지 채무에 대해서는 면제받을 수 있다. 원금의 경우 최대 90%, 이자는 100%까지 면책이 가능하다.

실제 위 사례와 같이 개인회생을 통해 도박 빚을 탕감받은 사례는 적지 않다. ‘빚탕감’ 후기를 홍보하며 고객을 모으는 법률 사무소도 다수다. 한 회생 및 파산 전문 변호사는 “도박 빚으로 인해 개인회생 절차를 신청한 사람 중 기각된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며 “사행성 채무의 경우 변제율이 높아질 수는 있지만 도박치료확인서 등 서류와 함께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면 어느정도 조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개인회생 신청 전년 대비 증가…20대 회생 급증에 ‘빚투’ 조장 우려도

최근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증가 추세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접수된 개인회생 신청은 4만9374건으로 지난해 동기 4만7468건에서 약 4%포인트 증가했다. 지난 6월 서울회생법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물가와 금리 상승 등 경제적 부담이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 하반기에는 채무자들의 경제적 파탄 및 도산신청 사건 수가 폭증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개인회생 제도가 도박뿐만 아니라 청년층의 ‘빚투’를 조장한다는 논란도 있었다. 지난 6월 서울회생법원은 개인회생이 승인된 채무자의 변제금 산정 시 가상화폐 투자 손실금을 제외하기로 발표해 여론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와 함께 20대의 개인회생 신청 건수 또한 증가하고 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대 월평균 개인회생 신청자는 ▷2020년 926명 ▷2021년 992명 ▷2022년 1048명(1~5월)으로 증가세가 뚜렷했다.

“도박 빚 감면은 부적절”vs“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에 도움”
[123rf]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행성 채무까지 지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환 능력이 아예 없는 채무자라면 ‘빚투’로 인한 탕감까지는 고려할 수 있겠으나 도박 빚 등 사행성 채무는 별도로 처리해야 한다”며 “투자와 달리 합법적 범위가 아닌 도박이나 사행성 행위에 따른 채무를 감면해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행 개인회생 제도의 취지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현근 한국회생파산변호사회 회장은 “채무자회생법의 취지 자체가 빚을 지게 된 원인과 결론을 분리하는 것”이라며 “채무 초과 상태로 빚을 갚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자들을 사회에 내버려 두는 것이 옳지 않다는 판단하에 해당 법이 시행됐다”고 말했다. 이어 “면책을 통해 정상적 경제 활동을 할 수 있게 할 경우 장기적으로 세수 창출 등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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