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 위에 놓인 왕관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 영국 웨스트민스터 홀에 안치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 위에는 여왕이 생전에 썼던 왕관과 홀(笏·왕이 손에 쥐는 막대 모양 물건), 보주(寶珠·지구본 같은 동그란 물건)가 놓여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관 위에 있는 왕관과 홀, 보주 [게티이미지]

대영제국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이 물건이 여왕의 관 위에서 새삼 세계인들의 이목을 끌었다.

미국 CNN방송은 17일(현지시간) 여왕의 서거를 계기로 남아공에서 다이아몬드 환수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다고 전했다.

생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썼던 왕관(왼쪽)과 홀. 각각 가운데 박힌 것이 컬리넌 다이아몬드다. [케이프타운 다이아몬드 박물관 홈피 캡처]

보도에 따르면 영국 왕실의 왕관과 홀에 박혀 있고 일명 '컬리넌'으로 불리는 두 다이아몬드는 원석 한 덩어리에서 나왔다.

이 다이아몬드 원석은 1905년 남아공 북동부 옛 트란스발 지역의 개인 광산에서 발견됐다. 원석은 무게가 3106캐럿(621ｇ)에 달했으며, 크기는 사람의 심장과 맞먹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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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실 거처와 미술품 등을 관리하는 로열 컬렉션 트러스트(RCT)에 따르면 1907년 당시 영국 국왕 에드워드 7세가 컬리넌 다이아몬드 원석을 선물로 받았고, 원석은 이듬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보석업체 '로열 아셔'로 보내졌다.

로열 아셔는 원석을 가공해 큰 조각 9개와 작은 조각 96개로 쪼갰다.

생전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그의 남편 필립 공 [게티이미지]

에드워드 7세는 그중 가장 큰 530캐럿의 '컬리넌Ⅰ'을 '아프리카의 거대한 별', 두 번째로 큰 '컬리넌Ⅱ'를 '아프리카의 작은 별'로 명명했다. 컬리넌Ⅰ은 영국 왕의 홀, 컬리넌Ⅱ는 왕관에 사용됐다.

컬리넌 다이아몬드는 '선물' 형태로 영국 왕실에 갔다고 하지만, 남아공은 당시 자국이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고 있었기에 반출 거래 자체가 불법이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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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거대한 별'을 남아공에 가져와 전시해야 한다는 탄원서에는 이미 6000여 명이 서명했다고 CNN은 전했다.

남아공 활동가인 탄둑솔로 사벨로는 현지 매체에 "컬리넌 다이아몬드는 즉시 남아공으로 돌아와야 한다"며 "우리나라 사람들의 수고로 캔 광물이 도리어 영국에 이익을 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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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정치를 연구하는 에베리스토 벤예라도 "컬리넌 다이아몬드는 (많은 이의 희생이 수반된) 피의 다이아몬드"라며 "광산기업, 트란스발 정부, 대영제국은 거대한 식민체제의 일부였다"고 비판했다.

단순히 다이아몬드를 환수하는 것뿐만 아니라 영국이 제국주의 시절 착취한 물품에 대해 폭넓은 배상을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남아공 국회의원인 부욜웨투 준굴라는 "영국이 훔쳐 간 모든 다이아몬드와 금붙이를 돌려받아야 한다"며 "영국으로부터 받은 피해와 관련해서도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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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실이 소유한 보석의 반환을 요청하는 움직임은 또 다른 식민지였던 인도에서도 일고 있다.

인도 국민들은 13세기 초 인도 남부에서 채굴된 뒤 19세기 중엽 동인도회사를 통해 영국으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진 105.6캐럿짜리 '코이누르' 다이아몬드를 돌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1976년 코이누르 반환 요구를 거부한 이래 반환 요구에 응대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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