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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 달러...기업, 외화대출도 모자라 선물환 찾는다
고환율에 기업들 골머리
외화대출잔액 반년만에 100조 넘어
환율하락 리스크에도 선물환 문의
환율 상단 연말 1450원까지 상향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에 시중은행의 외화대출 규모가 100조원을 돌파하고, 환율 추가 상승에 따른 헤지(hedge·위험회피)를 위해 이례적으로 선물환까지 문의가 늘어나는 등 급변하는 외환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바쁘다.

▶외화대출 급증...6개월만에 잔액 100조 넘어=원화가 절하되면서 수입기업들의 결제대금 부담은 늘어나고 있다. 통상 환율 상승이 기업 이익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 수출기업들 또한 중간재 수입 비중이 점차 증가하면서 환율 상승 수혜와 멀어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외화대출 잔액은 올 들어 급증했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평균 외화대출금 잔액은 지난해 68조7405억원에서 올 2분기말 114조6490억원으로 6개월 만에 46조 가량 늘었다.

환 헤지를 위한 선물환 문의도 늘어나는 추세다. 선물환은 일정한 시세로 환 매매를 약정하는 것인데 환 변동성을 헤지할 때 쓰인다. 통상적으론 환율이 떨어질 경우 리스크가 있어 기업들의 접근성이 높은 상품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환율 추가 상승에 대한 시각이 일반화되면서, 선물환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환율 변동성이 심해지면서 최근 선물환을 묻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외화대출과 선물환 약정의 경우 대금 지급 용도라는 증빙 서류를 제출해야하기 때문에 투자목적이 아닌 경영활동에 필요한 실수요 기업만 이용할 수 있다.

최우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선물환 계약은 원달러 가치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을 지금 라인에서 헤지한다는 의미”라며 “환율이 약간 과조정되고 있는 부분이 있어 연말에는 내려갈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으로서는 환율 상승에 따른 피해가 더 크고, 보험을 드는 차원도 필요하기 때문에 기업들의 선택은 합리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 수입 뿐 아니라 수출도 어려워=기업들의 환율 민감도가 커진 것은 국내 산업구조 재편과 관련이 있다. 과거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입엔 불리해도 수출엔 유리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최근 양상은 다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환율 상승 흐름과 관련해 “환율이 올라가다보면 중간재 수입 기업 고충이 심해져서 국가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격변수의 우려가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2분기 제조업 국내공급동향’에 따르면 중간재에서 수입 점유비는 29.1%로 1년 전보다 2.6%포인트 상승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도 “과거와는 달리 수출기업도 수입 의존도가 올라가 환율 차익을 얻기가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외화대출이 늘면서 은행의 충당금 부담도 덩달아 커지게 됐다는 점이다. 대부분 은행들은 일반 대출보다 외화 대출의 충당금 적립 비율을 높게 설정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취약차주가 늘어난 상황에서 외화대출로 인한 리스크도 확대되면서 은행들의 건전성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회사의 사전적 위기대응 수준을 분석하고 충분한 자본과 충당금 적립 등을 유도하는 한편 유동성이 취약한 금융회사의 비상자금 조달계획 등 리스크 관리현황 점검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환율 어디까지 오르나...1400원 터치 임박=원/달러 환율은 16일에도 상승 흐름을 보이며 1400원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구두 개입을 하고 있지만 달러 강세를 막기 어려운 상황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전날 “한쪽에 과도한 쏠림 있거나 불안 심리가 확산하면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시장안정조치 등 필요한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외환시장 변동성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달러 강세 흐름에 연말 원/달러 환율이 1450원선에 도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NH투자증권은 기존 전망치인 연간상단(1380원)이 이미 돌파된 만큼 1차 저항선은 1420원, 연내 환율 상단을 145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8월 전체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졌으며 원/달러 환율 역시도 레벨 부담에 따른 속도 조절은 있겠으나 유의미한 방향성 전환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자연·김광우 기자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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