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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마을이 ‘펀딩’한 황동혁, 지구촌 드라마 게임체인저가 되다
비영어권 첫 에미상 감독상
쌍문동이 배출한 서울대 출신
“영화감독으로 성공하면 갚겠다”
주변 도움 받아 美유학 등록금
“우리 국민부터 만족시켜야겠다
그 마음이 좋은 결과로 이어져”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오징어게임’으로 감독상을 수상한 황동혁 감독 [AP]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과 주연배우 이정재가 13일(한국시간) 미국 LA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비영어권 드라마 최초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K-콘텐츠의 위상을 다시한번 전세계에 떨쳤다. 특히 황동혁 감독의 수상 쾌거는 한국 대중문화사의 획기적인 이정표이자, 그가 ‘게임 체인저’로 세계무대에 등장했음을 알리는 신호다.

황동혁 감독은 홀어머니 밑에서 가난하게 자란 영화학도다. ‘오징어 게임’ 속 박해수(조상우 역)와 같은 서울 도봉구 쌍문동, 서울대 출신이다. 서울대 신문학과 90학번인 황 감독은 대학원 재학시절 영화 동아리 ‘시네꼼’ 회원으로 활동하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영화감독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졸업후에는 미국 USC(남가주 대학)로 유학을 가려고 했지만 등록금 마련이 여의치 않았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에게 펀딩하라고 했다. 나중에 영화감독이 되어 성공하면 투자금을 갚겠다고 호기롭게 말했다. 서울대 교수, USC 한인 동문들이 십시일반 그를 위해 펀딩(?)해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는 온 마을이 만들어낸 영화감독이었다. 그 당시 100만원씩 선뜻 내놓은 사람 중에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안정된 길을 가지 않는 황동혁 감독이 워낙 좋은 사람인 데다 재능이 있고, 거기에 문제의식까지 갖춘 인물이라 언젠가는 영화감독으로 성공하리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했다.

황 감독이 대본을 쓰고 연출한 ‘오징어 게임’은 일본 영화 ‘배틀로얄’과 유사한 면이 있으면서도 완전히 달랐다. 잔인한 게임만 부각되는 일본식 ‘배틀로얄’이 아니라 인생사와 감동, 신파 서사가 함께 섞여있다. 쌍용 자동차 해고 근로자로 사채 빚에 시달리는 성기훈(이정재)과 외국인 노동자, 탈북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회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 단순오락영화가 아니라 세상에 대한 고민이 엿보인다. 신자유시대 무한경쟁 시대, 돈이 아니면 역전이 불가능할 것 같은 시대에 그런 인물들 하나하나에 사연을 집어넣어 인간의 모습을 한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날카로운 주제의식과 도발적 연출에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마저 “그의 뇌를 훔치고 싶다”고 극찬할 정도였다.

황 감독은 수상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정의로운 사회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정의롭지 않은 사회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 같다”면서 “정의롭지 않으면 고쳐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그런 것을 갖고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답을 가지고 있지는 않고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관객, 한국 시청자들이 굉장히 까다롭다. 마음에 안들면 질책도 많이 한다. 그런 환경에서 영화를 그동안 만들면서 조금씩 발전했다. 우리 국민들부터 만족시켜야겠다는 마음으로 임한 게 오늘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황 감독의 차기작은 ‘노인 죽이기 클럽(Killing Old People Club·가제)’이라고 한다. 황감독은 “‘오징어게임’보다 더 폭력적인 내용이 될 것”이라며 “‘오징어 게임’ 시즌2 이전에 제작될 것이다”고 했다.

서병기 선임기자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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