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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에미상 감독상’ 황동혁은 어떤 재능을 가진 크리에이터일까?
12일 (현지시간) 에미상 시상식에서 ‘오징어게임’으로 감독상을 수상한 황동혁 감독 [AFP]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황동혁(51) 한국 감독이 한국어로 된 드라마로 영미권 방송 최고 권위의 시상식인 에미상 감독상을 받았다. 한국 대중문화사의 획기적인 이정표이자 또 다른 ‘게임 체인저’의 신호다.

드라마는 영화와 달리 긴 호흡으로 제작된다.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의 제 74회 에미상 감독상의 주인공으로 황 감독이 선택된 것은 작품성과 연출력 뿐만 아니고 작품속에 흐르는 정서를 온전히 인정하고 공감해줬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K콘텐츠의 위상을 떨친 쾌거다.

황동혁 감독은 어떤 재능을 갖춘 크리에이터일까? 그는 가난하게 자란 영화학도였다. 서울대 90학번 신문학과(졸업할 때는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했다. 모두 28명밖에 되지 않는 동기중에는 ‘다모’ ‘지금 우리 학교는’의 이재규 PD, ‘뉴하트’ ‘선덕여왕’ ‘최고의 사랑’ 등을 연출한 박홍균 PD, KBS에서 드라마를 연출하다 디즈니플러스로 이적한 노상훈 본부장, ‘100분 토론’ 진행자인 언론학자 정준희 등이다.

황 감독은 신문학과 대학원 재학시절 영화 동아리 ‘시네꼼’ 회원으로 활동하며 열악한 환경임에도 영화감독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졸업후에는 미국 USC(남가주 대학)로 유학을 가려고 했지만 등록금 마련이 여의치 않았다.

그는 주변 사람에게 자신에게 펀딩하라고 했다. 나중에 영화감독이 되어 성공하면 투자금을 갚겠다고 했다. 서울대 교수, USC 한인 동문들이 십시일반 그에게 펀딩(?)해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는 온 마을이 만들어낸 영화감독이었다.

100만원씩 선뜻 내놓은 사람중에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안정된 길을 가지 않는 황동혁 감독이 워낙 좋은 사람인데다 재능이 있고, 거기에 문제의식까지 갖춘 인물이라 언젠가는 영화감독으로 성공하리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했다.

황 감독이 대본을 쓰고 연출한 ‘오징어 게임‘은 ‘배틀로얄’과 유사한 면이 있으면서도 완전히 달랐다. 서로 죽이는 잔인한 게임만 부각되는 일본식 ‘배틀로얄’이 아니라 인생사와 감동, 신파 서사가 함께 섞여있다. 쌍용 자동차 해고 근로자로 사채 빚에 시달리는 성기훈(이정재)과 외국인 노동자, 탈북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회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

단순오락영화가 아니라 세상에 대한 고민이 엿보인다. 신자유시대 무한경쟁 시대, 돈이 아니면 역적이 불가능할 것 같은 시대에 그런 인물들 하나하나에 사연을 집어넣어 인간의 모습을 한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황 감독은 수상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정의로운 사회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정의롭지 않은 사회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 같다”면서 “정의롭지 않으면 고쳐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그런 것을 갖고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답을 가지고 있지는 않고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관객, 한국 시청자들이 굉장히 까다롭다. 마음에 안들면 질책도 많이 한다. 그런 환경에서 영화를 그동안 만들면서 조금씩 발전했다. 우리 국민들부터 만족시켜야겠다는 마음으로 임한 게 오늘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황 감독의 차기작은 ‘노인 죽이기 클럽(Killing Old People Club·가제)’이라고 한다. 황감독은 “‘오징어게임’보다 더 폭력적인 내용이 될 것”이라며 “‘오징어 게임’ 시즌2 이전에 제작될 것이다”고 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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