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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뜰 소비 대명사’ 체크카드의 굴욕 [서정은 기자의 나·알·아]
빅테크 간편결제에 밀리고
은행 영업점에서 안밀어주고
고객들은 “쓰고 싶지만 돈없어”
체크카드 하락세 막기 어려울듯

‘알뜰소비’의 대명사 체크카드가 점차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로는 빅테크의 간편결제 공습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카드사 내에서의 외면, 은행 영업점에서의 디마케팅, 고객들의 구매력 저하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다.

1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체크카드 누적 발급량은 1억540만장을 기록했다. 발급량은 작년 3분기 1억7190만장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체크카드의 부진은 간편결제 상승과 궤를 같이한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토스 등 3개사에서 결제된 금액(선불전자지급수단·계좌이체도 합산)은 63조원을 넘어섰다. 1년 전 42조원 수준이던 것에 비해 50% 가까이 폭증한 것이다.

빅테크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대형 가맹점 위주로 혜택을 주는 것과 달리 간편 결제사들은 중소가맹점에서 소비혜택을 주지 않느냐”며 “소비자가 부담하는 비용이 없다는 측면에서도 혜택에 대한 소비자들의 체감도와 만족도가 간편결제가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체크카드가 외면받는 이유를 간편결제의 활성화 때문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단순하다. 우선 카드사 입장에서 보면 체크카드는 신용카드에 비해 판매 유인이 적다. 현금서비스, 카드론, 리볼빙 등 추가적인 이자 수익을 낼 수 있는 신용카드와 달리 체크카드는 사업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연회비도 없어 고객들의 충성도도 낮다. 가맹점 수수료율 또한 체크카드가 신용카드보다 낮다보니 주요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제외된 실정이다.

자연스럽게 체크카드 판매처 중 하나인 은행권들의 외면도 이어지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성과평가지표(KPI) 내에서 신용카드는 30~40포인트를 주는데, 체크카드는 10포인트 안팎으로 기여도를 아주 낮게 책정한다”며 “당국에서도 체크카드 육성에 대한 의지가 없어보이고, 은행 또한 수수료 측면에서 밀어줄 필요가 없어 KPI에서도 외면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본질적으로는 알뜰 소비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체크카드를 외면하게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체크카드를 못쓰는 이유로 ‘통장잔고 없음→신용카드 씀→월급 감소→지난달 신용카드 대금 인출됨’ 그래프가 ‘밈(meme)’처럼 돌아다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빅테크 업권과의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를 빼고서라도 소비력 저하라는 본질적 문제를 깨기 어렵다는 얘기다. 체크카드의 몰락이 불가피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사업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월급받는 사람들 대다수는 체크카드를 쓰고 싶어도 (잔고에) 쓸 돈이 없다”며 “아무리 체크카드에서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고 할지라도 이 굴레를 깨기 어렵다면 당국에서 활성화 대책을 내놓아도 분위기가 바뀌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서정은 기자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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