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이 카메오로 출연한 영화 '총알 탄 사나이' 일부 장면 [베이스볼 바이 비스마일 트위터 계정 캡처]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AFP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8일(현지시간) 96세 나이로 세상을 떠난 엘리자베스 2세 영궁 여왕을 전세계가 추모하는 가운데 예상 못한 '신 스틸러'가 등판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10월의 사나이(미스터 옥토버)'로 불리는 슬러거 레지 잭슨(76)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내가 결백하다는 것을 이제 우리가 모두 안다. 아멘! 여왕의 안식을 빈다"고 했다.

실제로 잭슨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개인적인 인연은 없다.

하지만 잭슨이 '결백'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그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닮은 배우와 특별한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레지 잭슨 트위터 계정 캡처

잭슨이 카메오로 출연한 영화 '총알 탄 사나이' 일부 장면 [베이스볼 바이 비스마일 트위터 계정 캡처]

잭슨은 1988년 개봉된 코미디 영화 '총알 탄 사나이(The Naked Gun)' 1탄에 카메오로 등장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찍은 영화의 한 장면에서 캘리포니아 에인절스(현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선 잭슨은 세뇌당해 다저스타디움을 찾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 분장한 배우 지넷 찰스에게 권총을 들고 접근한다.

경기 주심을 보던 주인공 레슬리 닐슨이 손목에 찬 특수 무기를 잭슨에게 쐈지만, 오발로 관중석에 있는 다른 여성이 맞아 난간 아래로 추락해 잭슨을 덮쳤다. 이 덕분에 여왕이 생명을 구한다는 익살 맞은 내용이었다.

잭슨은 당시 악역이었지만 코미디 영화답게 어설프게 퇴장했다.

고령에 따른 자연사로 추정되는 여왕 서거와 자신이 무관하다는 점을 유머러스하게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잭슨은 MLB 역사상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강력한 클러치 히터로 꼽힌다.

미국 언론은 포스트시즌이 10월에 열리는 데 따라 그에게 '10월의 사나이'라는 애칭을 붙여줬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AP 연합]

엘리자베스 여왕은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영국 왕실은 밝혔다.

왕위 계승권자인 여왕의 큰 아들 찰스 왕세자가 즉각 국왕 자리를 물려받았다. 영국 최장수 군주로, 세계 역사상 두번째로 재위 기간이 길었던 엘리자베스 여왕은 즉위 70년만에 왕관을 내려놓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