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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 1위 빼앗고 배터리 더 압도…한국 위협하는 중국 갈수록 무서워진다 [비즈360]
올 들어 조선 1위 자리 처음 내줘
BYD에 밀려 LG엔솔 2위→3위
하이테크 육성으로 韓 주력산업까지 위협
중국 BYD 전기차 전시장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우리나라의 무역적자가 지난달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하는 등 한국 수출이 주춤한 가운데 하반기 중국 기업들이 국내 기업들을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올해 내내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던 조선업은 지난 8월 중국에 선두 자리를 내줬고, 전기차·배터리 부문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이 더 확대되는 모습이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188만CGT(표준선 환산톤수·51척)로 중국이 102만CGT(35척·54%), 한국이 76만CGT(12척·41%)를 수주하며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최고 수주량을 유지해왔지만 지난달 중국에 밀리면서 다시 2위로 떨어지게 됐다. 한국의 수주량은 전월 116만CGT 대비 34% 감소했다.

이는 인도 시기와 수익성을 고려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선을 선별 수주한 여파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그러나 전체 수주량도 중요하기 때문에 올해도 연간 수주 실적이 중국에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조선사들은 큰 인력난을 겪고 있어 수주를 마냥 늘릴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배터리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기세가 무섭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사용량 기준)에서 중국 BYD가 우리나라의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을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중국 최대 배터리업체인 CATL(33.5%)이고, 중국의 BYD가 2위(16.2%)를 기록했다. 줄곧 2위 자리를 지켜왔던 LG엔솔은 3위(11%)로 한 계단 내려갔다.

올 들어 7월까지 중국 시장을 제외한 배터리 사용량에서는 LG엔솔이 1위를 지켰다. 그러나 CATL 등 중국 업체들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비(非)중국 시장에서도 ‘K-배터리’를 무섭게 추격하는 모습이다. 특히 CATL은 119.2%나 성장하며 3위(비중국 기준)에 올랐다. 중국 신왕다는 점유율이 0.7% 수준이지만, 상위 10개 업체 중가장 높은 성장률(347.5%)을 보이며 8위에 랭크됐다. BYD도 48.7% 성장하며 10위에 올랐다.

SNE리서치는 “한국 업체가 중국 이외 시장에서 1위를 지켰지만, CATL과 신왕다가 급속도로 치고 올라오면서 한국계 3사에 대한 압박은 여전하다”며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이 향후 3사의 전략 수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전기차 수출 규모도 중국에 뒤지고 있는 상태다. 지난 8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코로나 이후 주요국 전기차 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전기차 수출액은 70억달러로 독일(288억달러), 미국(101억달러), 중국(100억달러)에 이어 세계 4위였다.

중국 상하이 선박공업그룹의 선박건조 현장 [게티이미지]

한·중 양국의 무역은 1992년 수교 이후 지난 30년간 비약적으로 성장, 중국이 수출 등 우리나라 경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 국가가 됐다. 그동안 한국은 비교 우위 기술을 가진 고부가가치 중간재를 중국에 공급하고, 중국은 비교적 값싼 우리 제품을 기반으로 제조업을 성장시키는 ‘윈-윈 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 사이 중국은 산업고도화 및 하이테크 육성 전략을 펼치며 빠른 속도로 우리나라를 추격해왔으며 수교 30년을 맞은 현재는 한국의 주력 산업까지 위협하는 등 갈수록 경계 대상으로 변모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은 최근의 대중 수출 변화를 단지 새 정부의 미-중 외교 전략이나 중국 젊은 세대의 ‘궈차오(애국소비)’ 열풍 등 정치·문화적 요인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철저히 산업·경제적 측면에서 분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를 기초로 대중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북미, 유럽 등으로 수출처를 다변화하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찌감치 이를 감지한 기업들은 몇 년 전부터 탈중국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한국 대표 산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에서도 중국의 약진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기업인 SMIC는 최근 7나노미터(1㎚=10억분의 1m) 선단 공정기술 확보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양산 수율 등 세부적인 알려진 바는 없고 상용화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그동안 중국이 가지지 못했던 10나노 미만 초미세 공정기술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긴장감은 조금씩 고조되고 있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중국의 기술 탈취와 이후 수반된 저가 공세로 국내 업계의 산업 전략마저 수정하게 만들었다. 국내 디스플레이업계는 LCD로 급성장했으나 이후 중국 BOE가 2003년 하이디스(현대전자 LCD사업부)를 인수하고 기술력을 빠르게 높인 것과 함께 여러 업체가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받으며 내수시장을 점령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대대적인 저가 공세로 수익성이 악화되며 삼성디스플레이는 LCD시장에 철수했고 LG디스플레이는 사업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며 시장에서 손을 떼고 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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