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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 좋을 때가 가장 좋을 때” 경기 둔화 조짐에도 투자 늘리는 기업들, 왜? [비즈360]
허태수 GS 회장 “불황이 더 좋은 투자환경 제공”
SK하이닉스, 선제투자로 반도체 경쟁력 강화
LG엔솔, 예정대로 美 공장건설 진행
한화솔루션, 글로벌 태양광 시장 선제대응
삼성, 예년보다 20% 추가채용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지난 7일 열린 신사업 전략 보고회에서 질문을 하고 있다. [GS 제공]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올 우리나라 경제는 글로벌 경기둔화 영향으로 수출 둔화폭이 확대되면서 작년보다 성장흐름이 약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국내총생산 기준)은 4.1%를 기록했는데 올해와 내년에는 각각 2.6%, 2,1% 수준에 그칠 전망(한국은행 기준)이다.

이처럼 경기는 후퇴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 기업들은 되레 투자를 늘리고 있다. 당장의 수익 감소 감안 시 투자를 유보하거나 축소하는 게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 대신 호황일 때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투자에는 실제 효과를 나타내기까지 일정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경기·투자 간 어느 정도의 ‘미스매칭’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경기가 좋을 때 CAPEX(설비투자)를 단행했다가 시설이 완공되는 시점에 경기가 꺾여버리면 수요도 함께 고꾸라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투자금 회수가 지연될 뿐 아니라 고정비 부담까지 가중될 수 밖에 없다. 한편, 경기 사이클을 감안해 업황이 어느정도 회복될 것을 대비해 투자를 미리 시작할 경우 향후 늘어난 수요에 능동 대응이 가능해 수익 신장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최근 재계 총수로부터 이같은 내용의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지난 7일 개최된 그룹의 신사업 전략 보고회 자리에서 “불황과 경기 위축 시기가 더 좋은 투자 환경을 제공한다”며 “적극적인 투자와 사업 협력, 개방형 혁신으로 신사업의 생태계를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SK하이닉스는 최근 위축된 반도체 업황 속에서도 충북 청주에 신규 반도체 생산 공장(M15X)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오는 10월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내 6만㎡의 부지에 확장 팹(생산공장) 공사에 들어가 2025년 초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향후 5년간 M15X 건설과 생산 설비 구축에 15조원을 투자한다.

급격한 경영환경 변화 속에서도 선제 투자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변동 주기가 짧아지는 추세여서 2024년부터는 업황이 서서히 회복되고 2025년에는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 청주 반도체 생산시설 단지 예상도. [SK하이닉스 제공]

LG화학의 배터리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도 미국 애리조나주에 1조7000억원을 들여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한 계획을 예정대로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LG엔솔은 지난 3월 애리조나주 퀸크리크에 연산 11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 신규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으나, 지난 6월 관련 계획을 전면 재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여러 투자 환경 변화를 고려, 기존 투자계획 이행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태양광 사업자인 한화솔루션 역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에 나섰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은 GS에너지와 손잡고 태양광 모듈용 시트의 핵심 소재인 EVA(에틸렌 비닐 아세테이트)를 생산하는 합작회사를 전남 여수산업단지에 설립한다고 지난 7일 밝혔다. 두 회사가 총 5900억원을 투자해 설립하는 H&G케미칼은 2025년 9월부터 연산 30만t을 목표로 EVA를 생산할 계획이다. 한화솔루션은 합작사의 지분 51%를 보유한다. EVA 시트는 태양광 셀의 성능을 유지하는 핵심 자재다. 한화솔루션 첨단소재 부문도 충북 음성에 약 417억원을 투자해 EVA 시트 생산라인을 증설한다. 이번 투자는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 선제 대응하고, 국내에서 고출력의 태양광 핵심 제품 생산기반을 확보하는 차원이다.

삼성은 인재 투자에 나섰다. 지난 6일 올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를 시작했는데 향후 5년간 총 8만명을 뽑을 계획이다. 삼성은 지난 3년간 4만명을 채용했는데 이보다 더 규모가 늘어난 것이다. 삼성은 실제 인력 수요는 연간 약 1만명 수준이지만 양질의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채용 규모를 20% 더 늘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말 ‘청년희망ON’ 프로젝트를 통해 밝힌 영상 메시지에서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지 못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저와 삼성은 세상에 없는 기술, 우리만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더 많이 투자하고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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