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연구실적은 낙제점인데, 평균 연봉은 8000만원이 넘는다?”
매년 400억원 이상 국민혈세를 쏟아붓고 있는 한 국책연구기관이 낙제점 수준의 연구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럼에도 연구수당을 합친 1인당 평균 연봉은 8000만원이 넘고, 인당 평균 연구비가 1억 7000만원에 달한다. 이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산하 연구기관 평균 연구비보다 높은 것이다. 특히 기관홍보를 위해 올 상반기에만 억대의 국민혈세를 펑펑 쓴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1년 국가 뇌 연구 활성화를 위해 설립된 한국뇌연구원의 지난 10년간 학술논문 게재 건수는 총 238편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한해 20편 미만으로 연구기관 중 최악의 매우 저조한 성적이다.
헤럴드경제가 뇌연구원 홈페이지에 게시된 2011~2022년 학술논문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제 1교신(내부주관) 74편, 공동교신(외부주관) 31건, 공동저자(외부주관) 108건을 포함해 총 238편의 논문이 게재됐다.
뇌 연구는 특성상 연구성과 창출에 장기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같은 분야의 기초과학연구원(IBS) 뇌과학이미징연구단, 인지및사회성연구단, 시냅스뇌질환연구단의 3년간 논문게재 건수 302건에도 크게 미치지 못한다.
더 큰 문제는 논문의 영향력을 나타내는 지수인 ‘임팩트 팩터(IF)’도 뇌연구원 내부 주관 논문의 경우 약 4.764로 매우 낮았다. IF는 연구의 영향력, 수준, 가치 등을 평가하는 지표로 점수가 높을수록 연구의 가치가 큰 것으로 여겨진다. 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분석한 국내 뇌 관련 논문 IF 평균은 16.06이다. 하지만 뇌연구원 주도 제1교신저자 논문 중 IF 10 이상은 단 2편에 불과했다.
연구성과를 사업화로 연계할 수 있는 기술이전 건수도 단 6건에 그쳤다. 비슷한 규모의 한국한의학연구원(152건), 한국천문연구원(28건), 세계김치연구소(66건) 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뇌연구원 관계자는 “뇌연구원은 1인당 평균 연봉이 연구수당을 합치면 8000만원을 넘고 1인당 평균 연구비는 1억 7천만원으로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산하 출연연 평균 연구비보다 높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성과는 매우 저조한 편으로 내부 주관 공동연구도 순수 제1저자, 교신저자가 거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뇌연구원은 올 상반기에만 억대의 예산을 기관 홍보에 집행했다. 올초 방영된 한 종합편성채널의 과학예능 프로그램에 1회 참여하는 대가로 6600만원을 투입했다. 이 프로그램의 평균 시청률은 0.5%대를 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 지상파 방송사가 추진하는 다큐멘터리 제작에도 3300만원을 후원하기도 했다.
뇌연구원 관계자는 “뇌연구원은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부설기관으로 본원의 지휘와 관리, 감독 사각지대에 있다”며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연구성과 창출 및 체계적인 연구비 집행, 성과확산을 위한 대대적 점검과 개편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