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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유가격제 농식품부 ‘정-김 뚝심’ 통했다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본격화
장·차관, 제도개선 사명감으로
직접나서 낙농업계와 계속 소통
낙농제도 개편 대승적 합의 이뤄
1년만에 낙농協 “정부 협조” 결실
정황근(왼쪽)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김인중 농식품부 차관. [연합]

윤석열 정부 초대 농업·농촌 정책을 이끌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 정황근 장관과 김인중 차관의 콤비 뚝심이 1년간 지지부지했던 원유(原乳)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이끌어냈다.

정 장관과 김 차관은 국산 유가공 제품이 값싼 수입산과 경쟁하려면 현행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낙농업계를 설득해왔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나누고 음용유의 가격은 현 수준을 유지하되 가공유값은 더 낮게 책정하는 제도로, 현재 시장 수요와 무관하게 오르기만 하는 우윳값을 잡기 위해서라도 도입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한국낙농육우협회는 지난 200여일 간 국회 앞에서 벌여온 야외 농성을 7일부터 중단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낙농가 단체 대표들이 낙농제도 개편에 관해 대승적으로 합의했다”며 “‘낙농가에 마이너스가 되는 정책은 하지 않겠다’는 정 장관의 약속이 정부안에 상당 부분 반영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협회는 다만 “정부가 올해 원유가격 협상은 현행 규정에 따르기로 한 만큼 협상이 조속히 타결되도록 정부와 유업체의 협조를 재차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우리나라는 낙농가의 생산비와 연동해 원유가격이 결정되는 ‘생산비연동제’를 적용하고 있다. 생산비 연동제는 우유가 부족하던 시절 우유 생산을 늘리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음용유 소비가 감소하는데도 원윳값이 떨어지지 않아 시장경제 원리에 반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01년 ℓ당 629원이던 국내 원유 가격은 2020년 1083원으로 72.2%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 원유 가격은 ℓ당 439원에서 491원으로 11.8%, 유럽연합(EU) 지역도 393원에서 470원으로 19.6% 상승에 머물렀다. 우리나라 원유 가격 상승폭이 미국의 6배에 달했던 셈이다. 이에 서울우유 등 국내 업체들은 치즈 생산에 국내산이 아닌 해외산을 사용해오고 있다.

또 소비자들은 국내 우윳값이 비싸자 외국산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흰 우유와 가공 유제품을 합한 우유 자급율은 2001년 77.3%에서 2020년엔 48.1%까지 추락했다.

이에 정부는 작년부터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골자로 한 낙농제도 개편을 추진해왔다. 정 장관은 지난 5월11일 취임식을 앞둔 전날 낙농육우협회의 국회 앞 천막농성장을 깜짝 방문하는 등 낙농제도 개편에 총력을 다해왔다. 전임 정부에서 추진해오던 정책임에도 국내 낙농업계의 미래가 달렸다는 신념으로 바톤을 받은 것이다. 특히 정 장관은 부친이 국내에 처음으로 들어온 독일산 젖소 홀스타인 종을 국립축산과학원에서 관리했다는 사명감으로 누구보다 낙농개편에 사명감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차관은 차관보시절부터 지난 1년간 낙농개편을 총괄하면서 관련 사항을 소상히 설명하고 오해를 해소하겠다는 취지에서 직접 전국을 돌면서 낙농업계들과 직접 만나 설득에 나섰다.

이번 합의는 농정 책임당국자들의 뚝심과 소통의 리더십이 맺은 결실로 분석된다. 협회의 입장 선회에 따라 이달 중순 개최될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정부의 제도개편안이 공식 의결될 전망이다.

배문숙 기자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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