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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풍성한 식탁이 두려운 10대 ‘프로아나’ SNS로 ‘잔소리 피하는 팁’을 공유한다
‘거식증 동경하는’ 청소년의 명절 장염 핑계·미리 굶기 등 톡·톡·톡 ‘밥 먹어라’ 우려가 강박 키울수도
‘추석 때 먹임 피하는 법’. 최근 한 청소년 프로아나(거식증을 동경하는 사람)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이다. 해당 글엔 약과 452㎉, 송편 338㎉ 등 추석 음식 열량을 정리한 사진과 함께 ‘장염 또는 체했다고 하기’ 등 자연스럽게 음식을 피할 수 있는 조언들이 줄지어 달렸다.
7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거리두기 해제 후 첫 명절을 앞두고 무리한 다이어트로 식이장애를 겪는 청소년들 사이에선 불안을 호소하는 글들이 다수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친척들과 만나 자칫 식이조절에 실패하거나 외모평가를 당할까 두려워하는 내용이 많다. 전문가들은 타인의 평가에 민감한 식이장애 환자들의 특성을 고려해, 특히 명절 기간에 주변인들이 조심스럽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청소년 식이장애 환자는 최근 ‘프로아나’란 말로 잘 알려져 있다. 찬성을 의미하는 프로(pro)와 거식증을 의미하는 아나(anorexia)가 조합된 신조어다. 미디어를 통해 마른 연예인들의 몸을 반복적으로 접하는 청소년들이 형성하는 프로아나 관련 커뮤니티는 SNS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뼈말라(뼈가 보일 정도로 마른 몸)’, ‘씹뱉(씹고 뱉기)’, ‘무쫄(무식하게 쫄쫄 굶기)’ 등의 은어를 쓰거나 저체중 몸무게를 경쟁적으로 인증하는 것이 가장 흔하다.
추석이 다가오면서는 소위 ‘명절 대비법’이 이들 사이에서 연일 화두가 되고 있다. 자신이 프로아나라고 밝힌 트위터 계정에선 9월 들어 “추석 전까지 하루 50칼로리 넘겨서 먹거나 초절식 못하면 리트윗한 분들께 3만원씩 드리겠다”, “추석 전까지 계속 ‘무쫄’ 해야지”, “추석까지 몸무게 50 만들고 싶다”는 등의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이는 대면 활동이 제한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기간 프로아나들의 폐쇄성이 더욱 강해진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식이장애 치료 전문 ‘누다심 심리상담센터’의 김윤아 상담가는 “아무래도 온라인 활동이 늘다 보니 프로아나들이 외부 접촉을 회피하고 커뮤니티에 깊이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로 코로나19 기간 센터를 찾는 환자가 과거에 비해 20~30% 늘었다”고 전했다.
식이장애는 약물 치료와 상담, 때로는 행동치료까지 동원해 장기간 치료해야 하는 병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명절 기간 식이장애를 앓는 청소년을 만난다면 ‘잔소리’를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평소 왕래가 없는 친척들의 섣부른 조언이 이들의 강박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상담가는 “청소년들은 명절 기간 받는 ‘외모평가’를 가장 두려워한다”며 “음식, 혹은 살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다른 방식으로 안부를 물어달라”고 했다. 식이장애 문제를 직면하는 것을 기피하는 프로아나들의 성향을 고려해서다.
청소년 정신장애를 주로 상담하는 오미애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무리 우려 섞인 말이라도 ‘밥 먹어라’라고 한 마디씩 던지는 것이 도리어 환자들이 강박을 키울 수 있다”며 “부모님이나 학교 선생님들도 평소에 충분히 이야기할텐데 스트레스를 얹을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친척보다는 부모 등 보다 가까운 관계를 통한 치료 권유가 훨씬 바람직하다는 조언도 있다. 전덕인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식이장애는 여성의 경우 생리불순까지 올 수 있어 반드시 병원에 가야 하지만, 치료 의지를 갖게 하기까지가 매우 어렵다”며 “부모, 형제 등이 조심스럽게 치료를 권유하도록 이끄는 편이 낫다”고 지적했다. 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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