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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농형 태양광…마을에 투자·장학금·생계비까지 지원
함양 기동마을 발전 현장 가보니
3~5m 높이 모듈 농기계 작동 가능
수확 감소보다 발전수익이 더 커
“국내 농지 5%에만 설치해도
전인구 90%사용할 전력 나와”
경남 함양군 함양읍 기동마을에 설치된 영농형 태양광 설치물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이 영농형 태양광 발전소 수익금으로 포장·확장 공사된 도로입니다. 태양광을 통해 번 돈으로 마을회관 도색과 공동 CCTV도 설치하고, 장학금이나 생계비 지원 등으로도 사용하는 데 주민분들이 너무 좋아하십니다.” (이태식 기동마을 사회적협동조합장)

지난 1일 경남 함양군 함양읍 기동 마을 회관에 내려 영농형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부지로 도보 이동 중 이태식 조합장은 태양광 발전(發電)으로 얻은 수익이 마을의 발전(發展)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콘크리트로 말끔히 포장된 논 주변 길을 걸어 10분도 채 되지 않아 철제 구조물 위로 경사각이 유지된 수백장의 태양광 패널이 한 눈에 들어왔다. 철제 기둥 사이로 콤바인이 오며 가며를 반복, 조평벼 가을걷이에 한창이었다.

지역 주민으로 이뤄진 기동마을 사회적협동조합은 농지 3068㎡(928평)를 임대, 100㎾(킬로와트) 규모의 영농형 태양광 전용 모듈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100㎾는 연간 약 150명이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한국남동발전 출연 기금으로 지난 2019년 준공됐으며, 한화큐셀(한화솔루션의 태양광 부문)의 태양광 패널이 사용됐다.

농작을 멈추고 전기만 생산하는 일반 농촌 태양광과 달리, 영농형 태양광은 농사는 그대로 지으면서 발전을 병행할 수 있다. 설치물은 하부 농지의 농경 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설계, 시공한다. 토질에 영향을 주지 않고 철거가 용이한 구조물을 사용하며 이앙기, 콤바인 등의 농기계가 다닐 수 있도록 3~5m 높이에 모듈을 설치한다. 모듈의 크기와 배치, 각도 등을 조절해 작물 재배에 적합한 일조량이 공급되게 하면서 남는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해 ‘태양광 이모작’이라고도 불린다.

영농형 태양광 하부 농지의 작물 수확량은 기존 농지와 비교해 80%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단, 발전을 통해 손실 수확량 이상의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영남대 정재학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100㎾ 규모의 발전소(약 700평 기준)를 기준으로 연간 787만원~1322만원의 소득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동일 면적 농지의 연간 농경 소득(약 240만원)의 3~5배에 달하는 규모다.

영농형 태양광은 국가 재생에너지 전환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다. 한국환경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농지의 5%에만 이를 설치해도 34GW(기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90%가 넘는 4800만명이 가정서 1년 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한화큐셀은 영농형 태양광에 최적화된 모듈을 제작해 국내 시범단지 등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KS인증 중에서도 친환경 고내구성 항목에 대한 추가 인증을 업계 최초로 획득한 영농형 태양광 모듈 신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한편, 현행 농지법 시행령에 따르면 농지의 타용도 일시 사용허가 기간은 최장 8년이다. 25년 이상 사용 가능한 패널을 8년이면 뜯어내야 하는 실정이라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함양=서경원 기자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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