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폭우 대책은 ‘반지하 감축’으로 끝?…논의 확장되지 못해 [잔인했던 여름, 그 후]
반지하 없애기로 끝난 대책
폭우, 반지하만의 문제 아냐
한 달 가까이 집 못 가는 이재민
“전반적인 주거환경 개선해야”
정부는 이날 최근 집중호우로 침수 사태가 발생한 반지하 등 재해 취약주택과 거주자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선다는 내용을 포함한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8월 16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주택가에 있는 반지하 가구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8월 한 달간 수도권 지역을 덮친 기록적인 폭우 사태는 잇단 끔찍한 침수 사고로 이어졌다. 가을의 시작인 9월을 맞는 시점에서 기억 한쪽으로 서둘러 갈무리하기에는 남긴 숙제가 많다. 서울시의 ‘반지하 감축’ 발표로 일단 수습됐지만 당장 ‘반지하 제로(0)’를 달성하기 어렵고,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후속 대책이 미미해 폭우가 다시 발생할 경우 이를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기사 24면

지난 18일 서울시가 공개한 ‘반지하 감소 대책’은 지난 수십년간 반복됐던 정책이다. 12년 전인 2010년 당시 추석 연휴기간에 물난리가 나면서 서울시는 ‘반지하 제한 방안’을 내놨다. 이후 2012년 건축법 개정으로 방재지구,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등 상습적으로 침수되거나 침수가 우려되는 지역에 반지하 건축을 허가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반영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반지하는 4만호가량 공급됐다.

2020년 반지하 가족을 다룬 영화 ‘기생충’으로 사회적 관심이 커지자 비슷한 대책이 또 나왔다. 그해 3월 주거복지협의회를 통해 발표된 정책에서는 반지하를 ‘최저 주거 기준 미달’로 규정하고 공공임대주택 이주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 서울시가 올해 내놓은 정책도 공공임대주택 이주 장려·이사비 지원으로, 기존에 추진하던 정책과 유사하다.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 활동가는 “반지하가 위험하니 살지 말라고만 할 게 아니라 반지하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어떻게 안전하게 살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에서 포클레인이 전날 폭우로 생긴 쓰레기더미를 치우고 있다. 김영철 기자

반지하 감축 정책은 폭우로 인해 고통받은 다른 취약계층을 포괄하지 못한다는 맹점도 있다. 수도권 지역 폭우는 반지하 거주민뿐만 아니라 쪽방촌 등 다른 취약계층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서울 지역의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강남 개포동 구룡마을에서는 지난 폭우에 이재민 84가구가 발생했다. 폭우가 내린 지 3주가 됐지만 일부 구룡마을 주민은 폭우 피해로 집에 돌아가지 못했다. 강남구청 집계에 따르면 지금까지도 20여가구가 집으로 못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반지하 없애기는 열악한 주거 환경을 견디고 있는 소외계층에게 필요한 정책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반지하 감축은 전혀 새롭지 않고, 주거취약계층을 고려하지 않는 정책”이라며 “오히려 월세가 저렴한 반지하가 사라지면 도시빈민의 거주지 불안이 심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폭우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주거 기준을 다시 설정하고, 이를 강제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0년 최저 주거 기준 미달 가구비율은 4.6%로 처음으로 5% 미만으로 떨어졌지만 수도권 지역에서는 5.6%의 비율을 보였다. 한국의 1인 최저 주거 기준은 14㎡다.

‘사람이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거주 요건’ 기준도 해외보다 낮은 편이다. 일본의 주생활기본법에 따르면 1인 가구는 25㎡, 2인 가구는 30㎡ 이상을 최저 거주 면적으로 지정했다. 미국은 면적 제한이 있는 건 아니지만 보안, 구조 및 자재 등 13가지 주택 품질 기준을 충족해야 임차가 가능하다.

공공임대를 확대하자는 제안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시되고 있다. 지난 22일 주거권네트워크 등 주거민단체는 서울 중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신림동과 상도동의 반지하 주택에서 일가족 세 명 등이 목숨을 잃는 사고를 ‘참사’로 규정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서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운영위원장은 “민간 주도의 임대주택은 집값도 높고 해서 선택지가 될 수 없어 SH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 등이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binna@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