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 부담에 업체찾는 사람 늘어
직장인 김모(30) 씨는 지난 26일 벌초를 하러 새벽 일찍 충북 음성군에 위치한 가족 산소로 내려갔다. 지난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친척들을 제외한 몇몇 건장한 남성만 산소를 다녀왔다면 올해는 가족과 친척들을 포함한 10명의 식구들이 벌초를 하러 고향에 내려갔다고 했다.
김씨는 “아직 ‘우리 산소는 우리가 챙겨야 한다’는 웃어른들의 생각이 완고해 대행업체에 맡길 일은 없겠지만, 예초기를 돌리는 남성 외에도 제사 음식을 만들어 산소까지 챙겨오는 어머니까지 너무 고생이다”고 털어놨다.
오는 9월 9일부터 시작되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벌초를 하는 광경이 곳곳에서 보이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됐지만 올해 벌초대행업체의 의뢰 건수는 지난해에 비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배경에는 명절을 앞두고 조상 묘를 다듬는 벌초 문화가 점차 변하는 영향으로 해석된다. 가족이 한데 모여 산소 주위에 자라난 잔디를 깎고 제사를 지내는 전반의 문화가 점차 옅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에 비해 올 추석 벌초 의뢰는 더욱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벌초대행업체를 운영하는 이현섭 씨는 29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우리 업체의 경우 지난해 벌초 의뢰가 약 1만2000건이었던 것에서 현재(29일 기준)는 10% 정도 더 들어왔다. 작업 의뢰가 많아서 일일이 접수를 받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벌초 대행 의뢰가 늘어난 데 대해 이씨는 “그동안 벌초를 해오던 웃어른들이 나이도 들고 고생하니까 벌초 대행을 찾게 되는 것 같다”며 “자그마한 가족 단위 산소에서 의뢰가 많이 들어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부담을 줄이려 필요 인력만 산소에 내려가 벌초를 마치는 사례도 있었다. 경북 문경시에 가족 산소가 있는 대학생 이평원(24) 씨는 “최대한 고생을 줄이려 작업에 필요한 사람들만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편”이라며 “어머니까지 굳이 내려갈 수고를 들이지 않으려 간소하게 북어, 약과 등을 챙겨 벌초를 한 뒤 간소하게 제사를 지내고 올라간다”고 말했다.
벌초를 대행업체에 맡기려는 분위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학습 효과가 작용했다고 봤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 기간 동안 벌초를 대행업체에 맡긴 뒤 벌초에 대한 부담이 적어지는 걸 실감해, 상황이 완화된 올해에도 점차 직접 벌초를 하지 않거나 과정을 간소화하는 분위기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기성세대에 비해 벌초 문화를 바라보는 젊은층의 가치관이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손으로 직접 벌초를 하지 않아도 조상에게 예의를 다 할 수 있다는 생각도 반영된 것 같다”고 풀이했다. 김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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