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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양광·풍력 ‘주민과 동행’...기업가치 4년 만에 10배로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 인터뷰
사회적-경제적 가치 동시에 추구 가능
참여형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개척자
주민들 선순위 투자자, 수익도 먼저 배분
2018년 몸값 50억...현재는 약 500억
獨 국민 800만명이 재생에너지에 투자
한국 3만명...500만 되는 세상 보고 싶어

화석연료 연소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0%를 차지한다.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은 물론, 수송, 제조, 냉·난방 등 거의 모든 인간 활동이 화석연료에 기댄다. 화석연료를 대신할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으로 꼽히는 이유다.

하지만 재생에너지에 대한 시선이 늘 긍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발전소가 우리 동네에 들어선다고 하면 더욱 그렇다. 재생에너지 발전소 근처 주민들은 소음이나 진동 피해를 호소하거나 생활 터전이 축소되는 문제를 겪는다.

이같은 고민 끝에, 주민들을 발전 사업의 주축으로 끌어들여 갈등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크라우드 펀딩 모델을 도입한 국내 스타트업 ‘루트에너지’가 대표적이다. ‘주민이 먼저 반기는 발전소’의 선례를 만들어 내면서, 이 스타트업의 몸값은 최근 4년 10배 가까이 뛰었다.

루트에너지의 창업자인 윤태환 대표를 직접 만나 주민 참여형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이 지닌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루트에너지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있나?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데에는 크게 세 가지 장벽이 있다. 주민 수용성, 기술력, 경제성이다. 이 중 기술력과 경제성 문제는 시간이 지나가면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주민 수용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어려워진다. 통상 발전소는 민가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에 세우려고 하는데, 그러다 보면 그 다음 발전소는 어쩔 수 없이 이전 발전소보다는 민가와 가까운 곳에 세워진다. 사업자와 주민 간 갈등이 점점 더 심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주민 수용성을 해결하는 솔루션은 재생에너지 시장의 성장 속도를 끌어올릴 것이다. 우리가 그 일을 해보려 한다.

-주민 수용성은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을까.

▶주민들이 해당 지역 에너지에 대한 주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 기존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의 구조를 뜯어 보면, 사업자와 주민 간 정보 격차가 크고 주민들에게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문제가 있다. 외지인들이 사업을 하겠다고 마을에 들어와서는, 주민 동의받고 보상금 얼마 떼어주면 끝이었다. 사업은 20년간 진행되지만, 정작 주민은 사업을 시작할 때 외에는 늘 소외돼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플랫폼을 통해 사업이 진행되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가장 먼저 주민들에게 주어진다. 특히, 주민들의 참여는 지분투자자가 아니라 선순위 채권 투자자로서 이뤄진다. 이는 곧 이해관계자들이 발전 사업의 수익을 나눠 가져갈 때, 세금 내고 남은 돈 중에선 가장 먼저 자기 몫을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사업자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이익 정산 순위에서 뒤로 밀려나지만, 사업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주민 수용성 문제를 해결하고 사업 기간도 단축할 수 있으니 ‘윈윈’이다.

-수용성이 높아졌음을 보여줄 수 있는 사례가 궁금하다.

▶보통 해당 지역에서 바람이 잘 부는 곳, 햇빛이 잘 드는 곳은 정해져 있다. 그 중 한 곳에서 주민 참여형 사업이 성공하고 입소문이 나면, 조건이 비슷한 다른 지역에서는 사업이 훨씬 수월하게 진행된다. 실제 태백 가덕산 풍력발전소 사업에서, 첫 사업은 주민 동의를 100% 받는 데 26개월이 걸렸지만 두 번째 사업은 단 4개월밖에 안 걸렸다. 주민들이 사업에 대해 신뢰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떻게 창업을 결심하게 됐나?

▶대학 졸업 후 환경 컨설팅펌에서 일했었는데, 당시 주말을 이용해 프로보노(전문직의 재능기부) 활동을 했던 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사회적 기업들이 사업 계획 세우고 창업 경진대회를 준비하는 걸 도와주면서,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사회적 경제 생태계’라는 게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그러다 회사를 퇴사하고 덴마크로 풍력에너지공학 석사 유학을 갔는데, 재생에너지 사업을 주민 참여형으로 성공적으로 키울 수 있다는 게 보였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볼 수 없던 모습이었고, 그래서 직접 그 아이템으로 사회적 경제 생태계에 뛰어보고 싶어졌다. 그렇게 대학원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2013년 말, 바로 창업에 나섰다.“

-현재 투자 유치 현황은?

▶2018년 시드 투자와 2020년의 프리A 라운드 투자까지 약 26억원을 투자받았다. 그리고 지금 시리즈A 라운드 투자 유치가 진행되고 있다. 약 65억원 정도 투자 확약을 받았는데, 산업은행이라는 든든한 우군을 새로 얻게 됐다는 점, 그리고 시드 투자자였던 라이트하우스를 비롯해 여러 기존 투자자들이 추가 투자를 검토해주고 있다는 점이 의미가 깊은 것 같다. 2018년 라이트하우스가 투자할 때 우리 회사 기업가치가 약 50억원이었다. 이번 라운드를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면 약 5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 같다.”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10만명이 하나의 어젠다를 갖고 동일한 행동을 하면 하나의 사회적 규범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독일에선 전 국민의 10%인 800만명이 재생에너지에 투자해서 이익을 얻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2만~3만명 수준에 그친다. 이 숫자가 10만명을 넘어 500만명으로 늘어나면 어떤 세상이 만들어질까. 그 과정에 기여하고 싶다.

최준선 기자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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