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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이 첸 “난 음악 외교관…‘오빠’라며 환호한 한국 관객 못 잊어”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 내한
‘커티스음악원 동기’ 선우예권과 한 무대
“1+1, 1+2 이상의 확장성 가져올 것”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이 ‘커티스음악원 동기’ 선우예권과 한 무대에 서기 위해 오랜만에 한국을 찾는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2010년 4월이었어요. 첫 한국 공연에서 ‘오빠’라고 환호하며 록스타처럼 느끼게 해준 한국 관객을 결코 잊을 수 없어요.”

2009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한국을 찾은 대만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33)은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국 명문 커티스음악원 동기인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듀오 리사이틀’(8월 31일, 예술의전당) 무대를 앞두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레이 첸은 선우예권과 그리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과 풀랑크·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한다. 공연을 앞두고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그는 “난 스스로를 ‘음악 외교관’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며 “막 악기를 배우거나 클래식 공연을 처음 보는 관객도 접근하기 쉽고 서로 연결될 수 있는 곡을 염두해 선곡한다”고 말했다.

특히나 이번 연주회는 ‘듀오’ 무대인 만큼 두 사람의 “결과 잘 맞고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곡”으로 구성했다. 레이 첸은 “선우예권과는 커티스 시절부터 음악적 아이디어를 나누고 발전시킨 좋은 시간과 경험이 있다”며 “서로의 음악이 합쳐질 때 1 더하기 1, 1 더하기 2 이상의 확장성을 거져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예권이는 같이 음악을 만들어가기에 정말 좋은 상대예요. 그는 음악적으로 유연하고 상대의 의견을 경청해줘요. 의견을 내면 가만히 듣고 있다가 함께 시도해보자고 제안하죠. 그럼 그게 좋은 생각이었는지 아니었는지 명백해져요. 그러니 우리 둘은 결코 충돌하지 않아요. 제가 예권이에 대해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에요. 어떤 음악가들은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긴장해 함께 실내악을 연주하기 어려운 경우들도 있는데, 예권이는 굉장히 인내심이 많아요.”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마스트미디어 제공]

전 세계에 닥친 감염병의 시기를 보내는 동안 레이 첸은 음악가로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확장했다. “1년에 100회 이상 연주 활동을 이어오던” 음악가에게 코로나19 시대는 ‘단절의 연속’이었다. 설 수 있는 무대도 없었다. 그 때 음악가와 음악 애호가들이 모여 함께 연습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었고, 이 경험은 현재 ‘토닉(Tonic)’ 애플리케이션의 준비로 이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 음악가와 음악의 꿈을 다 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플레이 위드 레이’ 콩쿠르를 열며 자신의 재능을 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음악가이면서 CEO로 ‘비즈니스 영역’까지 확장했고, 음악 안에서 자신의 재능을 나누고 있다.

이런 이유로 그는 스스로를 “미국의 기업인 피터 틸(‘제로 투 원’의 저자)을 비롯해 토드 헨리의 리더십과 창조성에 관한 비평서를 읽는 음악가”라고 소개하기도 한다. 레이 첸은 “예술가이기에 우리는 정확한 음조나 음악적 기교와 이해, 스타일 음악의 기술적인 사양에만 집중하게 되기 쉬운데 다른 분야의 책은 이러한 모든 것들에 새로운 관점을 열어준다”고 말했다.

레이 첸의 행보는 보수적인 클래식계에선 조금 이례적이다. 다양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유쾌한 풍자를 던지고, SNS 활동을 통해 팬들과의 간극을 줄인다. 레이 첸을 ‘21세기형 음악가’라고 부르는 이유다. 사실 이 활동들의 근간엔 한국 공연의 기억이 바탕하고 있다.

레이 첸 [마스트미디어 제공]

그는 “한국에서의 첫 공연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근사한 경험이었다”며 “제가 기대하고 있던 클래식 관객의 반응이 아니었다. 젊고 에너지와 열정이 가득 찬 군중들이었다. 정말 멋졌다”고 말했다.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은 한국을 향한 애정으로 이어졌다. 2019년 내한을 앞두곤 아이유의 ‘밤편지’를 편곡해 연주한 영상이 화제가 됐다. 레이 첸은 당시를 떠올리며 “한국 관객들에게 내가 얼마나 한국 음악에 관심이 많고 한국의 문화를 존중하는 지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그 곡의 영상을 보고 아이유가 공연에 초대해줬다. 광주에서 5시간 가까이 이어지는 러닝타임 동안 완벽함을 유지하는 아이유의 모습을 보고 K팝 아티스트의 위대함을 느꼈다”며 감탄했다.

“여러 사회적 활동과 SNS를 하면서 관객들에게 열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자 애써왔는데, 이 모든 것이 한국에서의 첫 공연과 환호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그간 클래식 음악계는 예술가의 정제된 이미지만을 강조해 왔지만, 이제는 세상이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방향으로 변해간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한 예술가의 면면을 알고 싶어하고 그 여정에 동참하고 함께 자라고 싶어한다고 느꼈어요. K팝 팬들이 가수를 좋아하며 그들이 먹는 음식, 즐겨입는 브랜드를 알고 싶어하는 것 처럼요. 그런 것들이 서로를 더 가깝게 느끼고, 음악을 완전히 이해하게 한다고 생각해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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