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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가계부채 저승사자

“작년까지 가계부채 저승사자를 표방하던 금융당국은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국은행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부채 총량을 줄이기 위해 대출을 제한하려고 안간힘을 쓰던 당국이 올 들어 대출확대 정책을 내놓는 데 대한 의문이었다. 취약차주 보호란 명분이 있지만 기조가 갑자기 바뀌어 당황스럽다고 했다.

숨고르기 하던 가계부채가 석 달 만에 다시 역대 최고치로 올라갔다. 한은은 올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이 1869조4000억원으로, 2003년 관련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은 규모라고 밝혔다. 1분기보다 6조4000억원이 늘었는데 1분기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04.3%로, 이미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늘어난 빚의 출처를 살펴보면 걱정은 더 커진다. 2분기 가계부채는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늘었다. 한은은 특히 전세대출과 집단대출 등 주택담보대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금리인상기 이자 상환 부담 확대 가능성을 고려하면 2금융권의 대출 증가는 가계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우리나라 가계대출구조는 금리상승기 취약한 형태다. 변동금리상품이 80% 가까이 돼 금리가 인상되면 즉각 반영된다. 정부도 가계빚의 구조가 현재 경제상황에 유독 취약하다고 판단하고 변동금리상품을 고정금리로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가계부채 누증 완화라는 정책목표와 상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28일 개최한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전환하는 대표적 정책금융상품인 안심전환대출 지원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우려가 담겨 있다.

안심전환대출 구조는 정부가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을 통해 시중은행이 보유한 변동금리 대출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은행이 보유한 대출채권을 주금공에 넘기면, 주금공은 주택저당증권(MBS)를 발행하고 이후 은행이 이를 재매입한다. 한은은 안심전환대출 공급을 위해 주금공에 12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금통위원들이 지적한 부분은 안심전환대출의 자금 마련을 위해 주금공이 발행하는 MBS 단순 매매가 통화정책 및 가계부채관리 방향과 상충된다는 점이다. 단순매매는 한은이 시장 유동성을 조정하는 공개시장 운영 방식 중 하나로, 제한적으로 활용된다. 한 금통위원은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하에서 MBS를 단순매매 대상증권에 포함하는 것은 통화정책의 시그널에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이 보유한 대출채권을 MBS와 교환한 뒤 해당 MBS를 매각하면 은행들이 가계대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어 가계 빚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다른 위원은 “은행들의 고정금리대출 비중을 높임으로써 일부 금융 안정에 기여할 수 있지만 MBS 의무보유비율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은행의 신규 대출 여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정책 당국이 추구해온 가계부채 누증 문제 완화라는 목표와 상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서민·취약차주가 빚을 잘 갚아낼 수 있도록 대출 구조의 전환을 꾀하는 걸 탓할 생각은 없다. 다만 지난해보다는 금리가 오르는 지금, ‘가계부채 저승사자’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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