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보육원 출신의 새내기 대학생이 자립에 대한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홀로 기숙사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런 가운데 수십년 전 그를 보육원에 보냈던 친부모가 장례식장을 찾았다.

24일 광주 북구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전 10시5분께 광산구 한 대학교 건물 뒤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된 해당 학교 새내기 A군(18)의 장례가 24일 마무리된다.

북구는 A군의 장례절차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어렵게 연락이 닿은 A군의 가족이 '장례를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A군이 머물던 보호시설 관계자들은 그를 직접 영락공원에 안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A군의 친부모가 그의 마지막 길인 화장식과 천주교식 미사에 참석하기로 마음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어렸을 때부터 가정불화로 시설에 맡겨진 A군은 보호시설 여러곳을 전전하며 자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지난 21일 광산구 한 대학교 강의동 건물 뒤편 바닥에서 A군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학교 내 다수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A군은 지난 18일 오후 4시 25분께 건물 옥상에 혼자 올라가 스스로 뛰어내렸다.

A군은 해당 대학에 합격한 올해 초 보육원을 나와 기숙사에서 생활했다. 보호아동은 18세가 되면 아동양육시설을 퇴소해야 하지만, 본인 의사에 따라 최대 24세까지 보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경찰은 주변인 조사를 통해 "A군이 보육원을 나올 때 받았던 지원금 약 700만원 가운데 상당 금액을 써버렸다. 금전 고민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A군은 방학을 맞아 동급생 대부분이 집에 가면서 사고 당일 기숙사 방에 홀로 있었다. 그가 남긴 쪽지에는 '아직 다 읽지 못한 책이 많은데' 등 짧은 글이 적혀 있었다.

추락 전 A군이 머문 강의실에서는 술병 등이 발견됐다. 경찰은 A군이 홀로서기에 대한 두려움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해 수사를 종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