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중앙지검 수사관입니다” 기관사칭형 전화금융사기 다시 증가
올 1~7월 ‘기관사칭형’ 비중 21→37%
의사·연구원 등 고학력자까지 피해입어
수법 정교…번호변작·악성 앱까지 활용
“10년전과 달라…특정 사투리도 안 써”
전화금융사기 유형별 발생건수 비중 현황. [경찰청 제ㄱ공]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검찰, 금융감독원 등을 사칭하는 ‘기관사칭형’ 범죄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최근엔 의사, 연구원 등 고학력 피해자들도 늘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23일 “올해 전화금융사기 피해는 감소추세가 유지되고 있지만, 검찰·금감원 등을 사칭하며 ‘범죄에 연루됐다’고 속이는 기관사칭형이 예년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실제 올해 1~7월 중 전화금융사기 발생건수는 1만4197건으로, 전년 동기(2만402건)에 비해 30% 감소했다. 피해액도 5006억원에서 3613억원으로 28% 줄어들었다.

하지만 전화금융사기를 유형별로 보면 기관사칭형의 증가세가 뚜렷하다. 올해 1~7월 전화금융사기 발생건수 중 기관사칭형 비중은 37%로, 전년 동기(21%)에 비해 16%포인트 늘어났다.

반면 생활이 어려운 서민들을 대상으로 ‘대출을 해주겠다’고 접근하는 ‘대출사기형’ 비중은 79%에서 63%로 줄었다.

올해 전화금융사기 피해액 내 비중을 보더라도, 기관사칭형은 비중이 49.5%(270억원)로 대출사기형(50.5%·275억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확대됐다. 작년에는 각각 22.5%, 77.5%였다. 지난달에만 최대 40억원 규모의 다액피해 사건이 잇달아 발생한 탓이다.

이처럼 기관사칭형 피해가 증가하는 이유로 경찰은 수사기관 조사 경험이 거의 없는 일반인들에게 강압적 목소리로 협박, 악성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모든 전화·문자를 사기조직으로 연결하는 일명 ‘강수강발(강제수신·강제발신)’ 수법 등을 꼽았다.

또 판단력이 흐려진 피해자에게 현금 인출·전달·계좌이체, 주택 등 각종 담보대출 실행, 보험·예금·주식 처분, 가상자산 구매·전송 등을 시켜 전 재산을 가져가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올해 1~7월 중 전화금융사기 범죄 피해자 연령별·성별 현황. [경찰청 자료]

기관사칭형의 경우, 비교적 사회경험이 적은 20대 이하와 30대가 많지만, 기타 연령대에서도 피해가 고르게 나타났다. 특히 다액피해는 자산이 많고 사회생활을 오래 한 40대 이상 비중이 많았다.

다액피해 사건 피해자 직업 중에는 의사, 연구원, 보험회사 직원 등이 있었는데, 학력이 높아도 속아 넘어간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경찰은 지적했다.

경찰청은 전화금융사기 수법이 정교해지고 한 번 걸리면 누구나 쉽게 빠져들 수 있는 만큼, 다액피해 사건의 사례를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사례를 보면, 피해자의 카카오톡으로 검사 공무원증이나 구속영장, 공문을 보내 조사 협조를 종용하거나, 피해자가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하면 보안프로그램이라며 링크를 눌러 설치하도록 했다.

피해자가 해당 링크를 눌러 악성 앱이 설치되면 경찰, 검찰, 금감원 등 어디로 전화를 걸어도 정상 전화번호로 표시된 상태에서 범죄조직으로 연결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국민 대부분이 전화금융사기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10년 전과 완전히 다르다. 특정 사투리를 쓰는 경우는 아예 없고 전화번호 변작, 악성 앱 등 최첨단 통신기술까지 사용하기 때문에 모르면 당할 수밖에 없다”며 관심과 주의를 당부했다.

또 “수사기관은 영장이나 공문서를 절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문자로 보내지 않는다”며 “일단 전화를 끊고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고, 특히 자산 검사 등을 명목으로 현금, 가상자산, 문화상품권을 요구하면 100% 사기이니 전화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spa@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