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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날 용돈 받는’ Z세대 취업 후에도 ‘엄빠돈’ [Z세대 금융생활]
헤경 기자가 직접 설문한 100명의 Z세대 직장인 금융생활
부모에 손벌려 부족한 수입 충당해 ‘플렉스 삶’
10명중 4명 “내집마련, 부모 도움에 기대겠다”
Z세대 셋 중 한 명은 소득이 있어도 부모님으로부터 용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족한 수입을 메우기 위해 ‘투잡’을 하기보다는 ‘엄빠 카드’에 의존하는 모습이 뚜렷하다는 얘기다. 23일 서울 강북구에 거주 중인 강모 씨가 딸에게 카카오뱅크를 통해 응원메시지와 함께 용돈을 전달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26세 신모 씨는 아직도 어린이날이면 부모님에게 ‘특별 용돈’을 받는다. 신씨는 “월급은 받지만 외식하고 골프치면 항상 돈이 부족하다”며 “어린이날은 물론 매달 150만원 정도 부모님 카드로 더 쓴다”고 말했다. 월급 250만~300만원 중 170만원가량을 저축하고 나머지는 모두 쓰지만, “그래도 부족하다”는 게 신씨의 설명이다.

# 대구에 거주하는 28세 장모 씨는 공무원 1년차다. 한 달 버는 돈은 250만원 남짓. 한 푼도 안 쓰고 모두 모아도 주택 마련이나 자녀교육 등 결혼 혹은 미래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 결국 장씨는 부모님에게 50만원씩 현금을 추가로 지원받기로 했다. 장씨 가족은 일찌감치 구체적인 증여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했다.

Z세대는 미래를 꿈꾸지 못한다고 한다. 부모 세대보다 못사는 세대로 꼽히는 Z세대는 치솟는 집값에 살인적인 물가로 허덕이면서도 현재의 플렉스(자신의 부를 뽐내거나 과시)는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취업한 후에도 셋 중 한 명은 부모님에게 손을 벌려 부족한 수입을 충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급이 부족하면 아껴쓰는 기존 세대의 생각을 뒤집은 결과다. 부모에게 기대고 있고, 기댈 계획을 세우고 있는 이들은, 향후 내집 마련 등 목돈 지출 시에도 부모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관련기사 2·3면

▶소득 있어도 셋 중 한 명은 용돈 받는다...‘엄빠 찬스’ 넘어 ‘부모로부터 영끌’=헤럴드경제가 1995년 이후 출생 Z세대 중 현재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100명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근로나 사업소득 외 부모로부터 카드나 용돈을 받아 쓴다고 답한 비중은 29%(중복 응답 가능)에 달했다. 반면 ‘투잡’을 통해 부족한 수입을 메운다고 답변한 이는 1명(1%)에 불과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Z세대의 경우 본인이 현재 부모와 풍족하게 살아왔지만 앞으로의 경제적 소득 기반에 있어서는 부모 세대보다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 세대는 본인의 미래 자산이나 경제적 여건에 부모의 힘을 보태려고 하다 보니 과거 부모를 봉양하려는 문화 자체는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부모는 90년대 경제성장기 사회생활을 하며 외환위기 등을 겪기도 했지만, 자산가치 성장기에 부를 축적할 기회도 동시에 맛봤다. 때문에 부모로부터의 경제적 도움을 당연시하는 기조가 강하다는 얘기다.

▶‘내 집 마련’도 부모 도움...증여 계획부터 세운다=설문에 응답한 Z세대의 소득수준은 200만~300만원 사이가 51%로 과반에 달했고, 300만~400만원이 25%로 뒤를 이었다. 400만~500만원을 번다고 응답한 비중은 4%에 그쳤다. 교육부에 따르면, 대학 졸업(학부, 2020년 기준) 취업자의 초임 평균 소득은 244만1000원으로 집계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기준 수도권 아파트 중위가격은 6억2100만원으로, 대졸자의 초임 기준으로 한 푼도 안 쓰고 21년간 모아야 매수 가능하다.

때문에 주택 마련 계획에 있어서도 Z세대 열 중 넷은 부모 도움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 집 마련 계획에 응답한 75명(중복 응답 가능) 가운데 부모님의 도움을 기대한다는 응답은 40%에 달했다.

앞으로 생길 수 있는 목돈의 출처도 부모의 상속과 증여를 꼽은 이가 37%로 응답 비중이 가장 컸다. 이어 복권당첨(24%), 투자수익(22%), 퇴직금(15%), 적금(2%) 순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부모도움엔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조언한다. 백종원 세무법인 와이즈 대표세무사는 “자녀가 근로소득이 있어 경제적인 부양능력이 있는데 부모가 생활비 등을 지원하면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금품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만일 직접적인 증여를 회피할 의도로 부모 명의의 카드를 자녀가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카드의 사용내역 분석(특히 사용처 및 지역)을 통해 증여사실이 확인된다면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정은·김광우 기자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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