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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침수 복구에 영업손실 보상까지...”강남 상가 주인들 “차라리 팔겠다”
침수 반복 강남 상가 ‘급매’ 늘어
“수해때마다 임차인과 책임 갈등”
전문가 “관리소홀 여부 잘 따져야”

#.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상가 점포를 임대 중인 이모(61) 씨는 지난 16일 자신의 점포를 매물로 내놨다. 40㎡의 작은 크기에도 좋은 입지 탓에 월세 수입이 상당했지만, 이 씨는 주변 시세보다 싼 값에 점포를 내놨다. 실제로 이 씨가 내놓은 상가 점포의 가격은 5억2000만원으로, ㎡당 1300만원 수준이다. 얼마 전 같은 상가에서 ㎡당 1400만원에 매매 거래가 이뤄진 것과 비교하면 비교적 저렴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이 씨는 최근 수해를 언급하며 “임차인과 싸우는 통에 차라리 팔아버리는 게 속 편하다”고 호소했다.

지난 주 기록적 폭우 탓에 인근 상가들이 모두 잠겼는데, 이 씨가 임대 중이었던 점포도 예외가 아니었다. 침수 피해가 크지는 않았지만, 장사를 못하고 있다는 임차인의 요구에 사비를 들여 침수된 설비를 모두 복구했는데, 최근 임차인은 다시 “관리 부실 탓에 상가가 침수됐으니 영업손실분까지 보상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보험사에서는 약관을 들어 보상이 어렵다고만 하고, 침수는 반복되니 옆 소유주들도 차라리 매물로 내놓겠다는 얘기를 한다”라며 “폭우 때마다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데, 이번에는 불경기가 겹쳐 임대인과 임차인 갈등이 더 깊어졌다”고 말했다.

이 씨의 사례처럼 최근 침수 피해를 겪은 강남 상가를 두고 임대인과 임차인이 갈등을 겪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반복되는 수해에 복구 책임을 두고 갈등까지 심해지자 일부 소유주는 시세보다 싼 가격에 상가를 내놓는 모양새다. 서울 서초구의 한 공인 대표는 “최근 매매 의향을 나타낸 상가 소유주가 다수 있다. 대부분이 1~2개 점포를 두고 월세로 생활비를 쓰는 경우”라며 “임차인뿐만 아니라 지자체나 보험사와 책임 소재를 두고 다툼이 있자 일찌감치 가게를 매물로 내놓으려는 것인데, 상당수가 최근 실거래가보다 낮게 내놨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서초구의 공인 대표 역시 “이 지역은 지난 12년 동안 5번 넘게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에도 직접 침수되지 않았지만, 복구 탓에 장사를 중단한 경우가 다수 있었다”라며 “최근 경기가 좋지 않았고, 코로나19 기간 동안 ‘착한 임대인’ 제도 탓에 월세 수입이 줄어든 소유주 중 불만을 나타낸 경우가 아닌가 싶다”라고 했다.

실제로 침수 피해를 겪은 소유주들은 복구 책임 공방이 이어지자 법률 상담을 받는 등 대응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발생한 손해에 대해 천재지변으로 인한 불가항력이었는지, 임대인 또은 임차인의 관리 소홀이 있었는지 여부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혜진 KB 국민은행 스타자문단 변호사는 “천재지변에 따른 파손의 경우에도 임대인의 귀책사유를 불문하고 임대인의 수선의무를 인정하고 있어 이번처럼 집중호우에 따른 파손의 경우에도 수선의무가 인정될 수 있다”라며 “그러나 파손으로 인한 모든 손해의 보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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