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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실패작이래”…초등생 ‘극단 선택 퍼포먼스’ 유행
“실제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 당부”
“교육당국, 놀이로 간과하지 말고 엄중히 관리해야”
초등학생 포함 10대 극단적 선택 비율, 매년 증가
한 초등학생이 유튜브에 칼 모형의 장난감을 들고 극단적 선택을 흉내 낸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최근 초등학생 사이에서 극단적 선택을 표현하는 퍼포먼스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 장난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실제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엄중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하고 있다.

22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초등학생들이 유튜브, 틱톡 등 동영상 플랫폼에 ‘나는 실패작이래’ 또는 ‘나 보고 실패작이래’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올리는 것이 유행이다.

영상 속 아이들은 일본의 보컬로이드 캐릭터 ‘하츠네 미쿠(初音ミク)’의 ‘실패작소녀(失敗作少女)’를 배경음악으로 머리를 쥐어뜯거나 얼굴을 감싸다가 칼 형태의 물건으로 스스로를 찌르는 등 생을 마감하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이 노래 가사는 “나는 실패작이라서 필요없는 아이래. 무슨 짓을 해도 소용이 없는 것 같아” “숨이 막혀 아파와. 다시 태어나면 사랑받는 아이가 될 수 있기를” 등으로 누군가로부터 사랑받지 못해 속상한 마음을 극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를 본 시민은 아무리 장난이라 하더라도 도를 넘어섰다는 반응이다. 플랫폼업체가 이를 규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지만 해당 업체들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두 살 아이를 키우는 윤모(31·여) 씨는 “아이를 키우는 입장으로서 만약 내 아이가 이런 영상을 올렸다면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을 것 같다”며 “실제로 아이들이 장난처럼 극단적 선택을 여기지 않도록 플랫폼사가 규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직장인 강모(36) 씨도 “아이들이 스스로의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장난을 하는 것부터가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우리 사회가 이런 문제를 경외시하지 말고 교육이나 사회적 문제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이런 장난이 실제 극단적 선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신나리 충북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분명히 자살 충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행동”이라며 “초등학생 저학년의 경우 현실과 상상의 세계에 대한 구분이 막 시작되는 단계이기 때문에 이런 행동이 반복되면 극단적 선택에 익숙해지고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가짜라고 하더라도 극단적 선택이나 자해를 흉내 내는 행동은 주위에서 즉각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해 12월에는 초등학생 5학년 여학생이 유튜브에서 ‘초등학생 자살’ ‘세상이 싫어질 때 듣는 노래’ 등을 검색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있었다. 2018년에도 서울 은평구에서 초등학생 6학년 여학생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하지 않고 평범한 집안에서 성장하더라도 유행에 휩쓸려 이런 행동을 할 수도 있어 더욱 주의가 당부된다. 신 교수는 “초등학생 저학년 아이들이 유행을 따라하려는 행동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성장발달의 일종”이라며 “실제 그런 원인이 없더라도 극단적 선택을 흉내 내는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등학생을 포함한 10대의 극단적 선택은 증가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10~19세 자살률은 6.5%(약 857명)로, 10년 전인 2010년(5.2%) 대비 약 1.3%포인트 올랐다. 10~19세 자살자 중 초등학생 비중은 약 5%로, 연 40명 안팎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올해 초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6학년 설문조사 대상자의 21.9%가 ‘학업 및 성적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때려 부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고, 24.8%는 ‘자해와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각각 답했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수치까지 포함하면 그 추세는 더욱 가파르다. 국립중앙의료원·경희대병원·서울의료원이 2016~2019년 국립중앙의료원 국가응급진료정보망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극단적 선택 시도로 내원한 14~19세 청소년은 2016년 1894건에서 2019년 3892건으로, 3년 만에 2.1배 증가했다. 같은 연령 10만명당 건수도 2016년 57.5건에서 2019년 135.5건으로, 역시 3년 만에 2.4배 늘었다.

이에 대해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호기심에 극단적 선택과 관련된 놀이를 하다 실제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문제를 간과하지 말고 사회적 문제로 논의해야 한다. 교육 당국의 엄중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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