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한때 ‘꿈의 직장’이었는데 올해 상반기 95명 떠났다.”
극심한 경영난에도 임직원 연봉을 일괄 1200만원 인상해 화제가 됐던 게임회사 베스파의 직원과 연봉이 뒷걸음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베스파가 16일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직원들의 2분기 기준 평균 연봉은 3200만원이다. 지난해 2분기 기준 3400만원에서 200만원 줄었다.
직원 수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191명에서 96명으로 줄었다. 상반기에만 95명이 베스파를 떠났다. 앞서 김진수 베스파 대표는 경영난을 이유로 지난 6월 30일 전 직원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한 바 있다.
대규모 인력 유출이 현실화한 가운데 개발자들의 이탈 규모가 가장 컸다. 지난해 4분기까지 162명에 달했던 개발자는 2분기 기준 85명으로 쪼그라들었다.
베스파는 이번 회계감사에서도 ‘의견 거절’을 받았다.
삼일회계법인은 “베스파가 존속할지는 자금 조달계획과 경영 개선계획의 최종 결과에 따라 좌우되는 중요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러한 불확실성의 최종 결과로 발생될 수 있는 자산과 부채 및 관련 손익 항목에 대한 수정을 위해 이를 합리적으로 추정할 증거를 확보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베스파는 상반기 영업손실 61억4700만원, 당기순손실 20억7300만원이 발생했다.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60억400만원 초과한다. 미처리 결손금은 459억5200만원이다.
베스파는 매출액 증가와 영업비용 지출을 절감해 경영 상태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삼일회계법인은 존속 능력에 의문이 간다고 평가했다.
베스파는 폐업 대신 경영정상화를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지난달 6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 신청을 했고, 이달 1일 회생 절차 개시 결정을 받았다. 관리인은 김진수 베스파 대표가 맡았다. 회생계획안의 제출기간은 오는 11월 1일까지다.
지난 2013년 설립된 베스파는 2017년 출시한 게임 ‘킹스레이드’의 흥행으로 승승장구하며 2018년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그러나 2019년 적자 전환하며 하락세가 시작됐다. 신작 부재와 투자 유치 실패 등이 겹치면서 경영난에 시달렸다. 대규모 손실로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무리한 연봉 인상도 경영난을 심화시킨 원인으로 지목된다. 게임업계에서 개발자 확보를 위해 인건비 인상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베스파도 지난해 3월 전 직원 연봉을 일괄 1200만원씩 인상했다. 대형 게임사에 개발자를 뺏기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지만 중소 게임개발사인 베스파의 강수에 업계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