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그날 여대생 손엔 페인트 없었다…‘인하대 성폭행’ 결정적 법의학 단서
인하대 캠퍼스 내에서 또래 여학생을 성폭행한 뒤 건물에서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1학년 남학생 A(20)씨가 지난달 22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미추홀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검찰이 인하대 성폭행 추락사 사건 피고인에게 ‘직접 살인죄’를 적용했다. 직접 살인으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주장과 충분히 유죄가 선고될 수 있다는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살인죄 적용의 결정적 계기가 된 법의학 소견서에 이목이 쏠린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구미옥)는 최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준강간살인 혐의로 인하대 1학년생 A(20)씨를 구속 기소했다.

이번 사건은 경찰 수사 단계에서 준강간치사 혐의를 적용해 검찰로 송치됐다. 검찰은 보완수사를 통해 죄명을 준강간살인으로 변경했다.

이정빈 가천의대 법의학과 석좌교수의 과거 뉴스 출연 모습. [JTBC 뉴스룸]

A씨의 혐의를 바꾼 결정적 단서는 이정빈 가천대 의대 석좌교수(75)의 법의학 감정 소견이다. ‘피해자를 밀지 않았다’는 A씨는 주장이 법의학을 통해 반박 당하면서다. 이 교수는 피해자가 스스로 추락했을 가능성보다는 김씨의 외력에 의해 떨어졌을 가능성을 높게 봤다.

우선, 추락 사건이 발생한 복도 창문의 높이와 건물 두께가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던 피해자가 스스로 떨어지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창문 높이는 성인 여성 허리 춤을 넘어서는 106㎝, 창문이 있는 건물 두께는 24㎝였다.

사고 후 수시간이 지나 병원에서 측정한 피해자의 혈중알코올농도(측정 당시 0.191%)로 “추락 직전의 혈중알코올농도는 사망 당시보다 더 높았을 것이고 이른바 ‘세미코마’(반혼수 상태)로 의식이 없었을 것”이라는 게 법의학자의 소견이다.

현장 조사에서도 피해자가 스스로 뛰어내렸을 때 나와야 할 화학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만약 피해자가 스스로 투신했다면 창문으로 손을 대 몸을 끌어올려야 했지만, 피해자의 손에서는 현장 벽면의 페인트 물질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 교수는 "피해자 윗배에서 상당히 오랜 시간 창문틀에 눌린 자국이 발견됐다"며 "외벽 페인트가 산화하면서 묻어나는 물질이 피해자의 손에서 발견되지 않은 점으로 미뤄 피해자의 팔이 창문 밖으로 빠져나와 있는 상태에서 (창틀에 걸쳐진) 배가 오래 눌려 있다가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인하대 캠퍼스 내에서 또래 여학생을 성폭행한 뒤 건물에서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1학년 남학생 A(20)씨가 22일 오전 인천시 미추홀구 미추홀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

이 교수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라는 기존 의견을 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다르게 봤다. A씨는 피해자의 추락 직후 40~50초간 곁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져 그가 현장을 떠나지 않고 치료를 도왔다면 결과가 다르지 않았겠냐는 검찰 측의 질문을 낳았다. 그러나 이 교수는 추락 직후 이미 뇌를 비롯한 장기들에 다발성 손상이 진행돼 피해자를 추락시킨 행위 자체로 이미 사망을 초래했다고 봤다.

아울러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A씨의 휴대전화에는 성폭행을 시도하기 직전부터 B씨가 추락한 직후까지 상황이 음성으로 29분간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영상은 휴대전화 화면이 바닥에 엎어진 채 촬영돼 소리만 녹음됐다. 이후 '쾅'하는 추락음이 들린 뒤 "에이X"라고 말하는 A씨의 목소리와 함께 얼마 뒤 휴대전화가 꺼졌다.

이 사건은 인천지법 형사12부(임은하 부장판사)에 배당됐다. 다음 달 1일 오전 11시 30분에 열리는 첫 재판에서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한편 이 교수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입양아 ‘정인이’ 사건에서도 부검결과 재감정을 맡았다. 그의 의견은 양모를 지난달 살인죄로 기소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kacew@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