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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빅5 의료기관’ 뇌혈관 질환 집도 전문의 10%도 안된다
뇌출혈간호사 사망으로 본 현실
신경과·신경외과·재활의학과
서울대 9.8%·삼성서울 7.2%

지난달 서울아산병원 소속 간호사가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졌지만 본원에서 수술할 집도의가 없어 사망한 사건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정 분야에 의료진이 과잉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아산병원 등 국내 ‘빅5’ 의료 기관에서 뇌혈관질환을 집도하는 분야의 의료진이 전체 전문의의 10%를 넘기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헤럴드경제가 최연숙 국민의힘 의원실에 요청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빅5 의료기관 과별 의사 분포 현황’을 보면, 서울 대형 병원인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삼성서울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가나다순)에서 뇌혈관질환과 관련된 신경과·신경외과·재활의학과에 근무하는 의료진은 각 병원 총원 대비 10% 미만인 것으로 파악됐다.

신경과·신경외과·재활의학과는 뇌졸중 등 뇌질환 환자들에 대해 진료하는 전문 과목에 속한다. 이 세 가지 전문 분야에 근무하는 의료진은 병원별로 ▷서울대병원 83명(9.8%) ▷세브란스병원 72명(8.3%) ▷서울아산병원 78명(7.3%) ▷삼성서울병원 60명(7.2%)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39명(7.0%)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심평원 관계자는 “뇌혈관질환 치료 전체 흐름을 관리하려면 신경외과, 신경과, 재활의학과 등이 필요하다”며 “보통 뇌졸중이라고 하면 뇌혈관이 터지거나 막히는 경우를 말하는데, 이번 아산병원의 경우 뇌혈관이 터지는 경우는 신경과가 담당하고, 머리를 여는 개도술이 필요한 학과는 신경외과가 담당한다. 그리고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이 끝나고 환자가 최소의 장애를 막기 위해 재활을 담당하는 곳은 재활의학과”라고 설명했다.

뇌질환을 맡는 의료진의 수가 다른 전문과에 비해 현저히 적지만, 이들 ‘빅5’ 병원 모두 심평원이 공개한 ‘급성기뇌졸중 적정성 평가결과(9차) 1등급 의료기관’에선 전문 인력 구성 여부에서 ‘A등급’을 받았다. ‘A등급’을 받는 세부 평가 기준은 4개월 이상 상근하는 신경과,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전문의의 과목 수에 따라 산출한다.

의료계에서는 필수 의료 분야 인력 부족 문제가 이번 사건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지적한다. 지난 3일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뇌신경외과 교수는 이번 간호사 사망과 관련, 유튜브 영상에 자신의 실명을 밝히며 이번 사태에 대한 심경을 댓글로 남겼다.

방 교수는 “우리나라 ‘빅5’ 병원에 뇌혈관 외과 의사가 기껏해야 2~3명밖에 없다는 게 사안의 본질”이라고 지목했다. 이어 “큰 아산병원에서 뇌혈관 외과 교수 달랑 2명이 1년 365일을 퐁당퐁당 당직을 서며 50살이 넘어서까지 근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냐”며 “뇌혈관 외과 의사를 양성해놓으면 대부분 머리를 열고 수술하지 않는 뇌혈관내시술(신경중재시술) 의사의 길로 선택하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중재시술은 머리를 여는 개두술과 달리 혈관 내 색전을 이용해 출혈을 억제하거나 종양 전이를 방지하는 치료인 ‘색전술’이나, 혈액이 원활하게 순환하도록 만든 의료기기인 ‘스텐트’ 등 비수술적인 시술 등을 의미한다.

사건과 관련해 시민단체 각계에서도 의사 인력 부족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는 실정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4일 성명을 통해 “우리 노조는 무엇보다 이번 사건의 배경에 존재하는 의료 공백, 즉 의사 인력의 부족 문제에 다시금 주목할 수밖에 없음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이어 “알려진 바에 따르면 뇌동맥류 파열에 따른 응급 수술이 가능한 의사 인력은 국내 대학 병원에서도 한 두 명 정도에 불과한 수준”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긴급한 응급 상황이 발생할 시 대처는 사실상 어렵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금 의사 인력 부족 문제가 진료과의 불균형 등을 야기하는 핵심적 문제임이 재확인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철 기자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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