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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비즈] 금융산업에서 BTS가 나오려면

글로벌 경쟁력에서 우리의 금융산업과 대중음악산업은 양극단에 있다. 해외에서 줄곧 무기력했던 은행이나 보험사와 달리 BTS는 글로벌 팬덤으로 세계 문화산업의 리더가 됐다. 흥미롭게도 가장 규제가 강한 금융산업은 별 볼 일 없는데 가장 규제가 약한 K-팝은 세계의 주목을 받는다. 저속한 창법이나 퇴폐성과 같은 1970~80년대 심의 기준이 지금의 대중음악에 적용되고 있다면 BTS의 등장은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반면 금융산업에는 수십년 전의 잣대가 여전하다. 대표적으로 금산분리와 자회사 투자제한 규제를 꼽을 수 있다. 금산분리는 산업과 금융 간 위험 전이를 방지하고 금융기관이 산업자본에 의해 장악되는 일을 방지할 목적으로 정해놓은 원칙이었다. 이는 소수의 기업집단에 경제력이 집중돼 있던 과거에는 나름 정의로운 정책이었으나 금융과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빅테크기업이 경쟁세력으로 등장함에 따라 오히려 금융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점에서 신정부의 금융 규제개혁에 거는 기대가 크다.

금융산업에서 BTS가 나오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무엇보다도 실패를 마다하지 않는 혁신과 경쟁과 퇴출을 수용하는 토양이 마련돼야 한다. 보험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보험서비스는 현금뿐만 아니라 현물로도 이뤄지므로 보험회사가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의 폭은 매우 넓다. 건강관리, 의료정보 제공, 장례 서비스 등이 포함된 실손의료보험이나 간병보험이 있다면 보험소비자는 무척 편리한 세상을 맞을 것이다. 보험사가 우리의 IT 강점을 활용해 자동차를 맞춤 관리하고, 반려동물을 돌보며, 자산관리까지 제공하는 생활플랫폼을 구축한다면 그야말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하지만 보험사에 타 회사 지분의 15% 이상 소유시 자회사 소유 규제를 적용하고 가능한 부수업무들이 크고 작은 규제 걸림돌로 막혀 있는 지금의 환경에서는 단지 바람에 지나지 않는다.

한편 보험사가 서비스를 다양화하다 보면 자칫 본업을 소홀히 하고 재무건전성을 해쳐 오히려 소비자 보호에 역행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핀테크를 낳은 기술 발달은 렉테크(RegTech)와 섭테크(SupTech)도 가능케 해 규제감독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다. 또한 내년이면 더 엄격하고 정교한 재무건전성 기준(K-ICS)이 도입돼 보험사의 업무다양화에 따른 위험관리방안이 자연스럽게 마련된다. 결국 보험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일단 대폭적인 규제완화에서 모색해야 한다. 물론 보험사의 역량 강화도 필요하다. 하지만 과도한 규제가 신규 진입을 막는 보호막으로 작용해 보험사를 온실 속 화초로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수많은 실패 없이 BTS의 성공이 가능했겠냐는 점에서 금융기관의 퇴출을 정부의 책임과 감독 실패로 여기는 시각에서 탈피해야 한다. 기업의 실패 책임은 경영자에 있으며, 금융산업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공정한 경쟁의 룰을 마련하고 이를 지키는지 감독하며 실패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우리 금융이 K-금융으로 세계를 선도하려면 금융기관이 마음껏 역량을 발휘하며 성공은 박수를 받고 실패는 퇴장으로 이어지는 토양이 마련돼야 한다.

김재현 상명대 글로벌금융경영학부 교수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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