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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호의 현장에서]원화채굴, 투자의 관점에서 해보자
월급은 '부동산 임대수익'
쿠폰할인으로 물건사면 '채권 확정수익'

투자를 안하면 사회에서 뒤쳐진다는 풍조가 있었던 게 불과 몇 달전이다. 가상자산이나 주식에 올라타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의 소득에 별다른 변화가 없음에도 투자자산 가격이 급격히 올라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벼락거지'가 될까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월급을 통장에만 차곡차곡 쌓아두는 사람은 자본주의 사회에 맞지 않는 '금융 문맹' 취급을 받기도 했다.

글로벌 긴축정책과 고금리·고인플레이션 시대가 지속되면서 오히려 ‘문맹’들이 승자가 됐다. 그리고 가상자산과 주식이 속절없이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손실을 본 후 월급 또는 예적금 등 현금의 가치가 올라간 현상을 일컫는 ‘원화 채굴’이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원화채굴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에서 쓰이던 ‘채굴’이라는 단어와 원화가 합쳐진 말로, 금리 인상기 투자보단 월급을 비롯한 근로소득으로 종자돈을 모으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비트코인 채굴은 복잡하고, 시간과 에너지도 많이 든다. 원화채굴도 마찬가지다. 근로소득을 얻기 위해 우리는 최소 십년 이상 노력과 비용을 들여야 했다.

하지만 ‘역시 근로의 가치가 최고’라는 결론은 고리타분하다. 왠지 ‘채굴’을 하기 싫어진다. 비트코인 채굴도 노동보다는 투자의 의미를 담고 있다. 원화를 채굴할 때에도 투자개념으로 접근해보자.

급여소득을 건물주가 얻는 임대소득과 비교해보자. 300만원의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라면 연 3% 임대수익률을 가정할 때 12억원짜리 상가를 보유한 거나 마찬가지다. 이번 달에도 확정된 이같은 안정적인 수익은, '진짜 투자'에 유용한 종잣돈으로 쓰면 된다. 자발적으로 ‘12억짜리 건물을 처분한(월급을 포기하고 퇴사한)’ 파이어족이 회사로 돌아오고 있단 얘기도 들린다. 열심히 일해 월급이 400만원으로 오른다면 보유한 상가가 16억원으로 뛰어올랐다고 보면 된다.

원화 채굴에서 또하나 각광받고 있는 것이 ‘온라인 폐지 줍기’다. 온라인에서 펼쳐지는 각종 이벤트를 찾아다니며 할인쿠폰, 포인트, 적립금 등을 모으는 활동을 뜻한다. 이 역시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투자로 생각하자. 1만원 짜리 물건을 9000원에 사면 10% 금리의 채권을 산 것과 마찬가지다. 유명한 투자서적의 제목처럼 ‘쇼핑보다 투자를 좋아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현명한 소비는 곧 투자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조언을 떠올려 보자. 빚을 극도로 싫어했던 버핏은 청년들에게 “돈이 생기면 카드 빚부터 갚으라”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18% 수익(카드 대출 이자율)은 나도 못 낸다. ‘빚 갚기’는 그 어떤 투자보다 훨씬 나은 투자”라고 강조했다.

'빚투(빚내서 투자)'를 무조건 반대할 필요는 없지만, 성공담 뒤에 소리 소문 없이 묻힌 수많은 실패사례를 살펴볼 필요도 있다. 지금은 가상자산이나 주식으로 대출 이자 만큼의 수익을 내기도 힘든 시기다. 소비를 투자로 만회하려 애쓰기 보다는, 채굴한 원화로 대출 이자를 줄이고 현명한 소비로 확정수익을 내자. 그러면서 '진짜 투자' 적기를 기다리자.

youk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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