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 “첼시 홈경기 직관이 꿈”…2050년 이후론 힘들어질 수도 [지구, 뭐래?]
[123RF]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 구단의 팬이라면 영국 런던에 자리한 홈구장 ‘스탬포드 브릿지’ 여행을 한 번쯤 꿈꿨을 것이다. 하지만 2050년 이후로는 그 꿈을 실현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지구 가열화로 인한 이상 기후로 구장이 침수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를 연구하는 단체 ‘신속한 전환 연합’(Rapid Transition Alliance)은 지난 2020년 발간한 보고서 ‘시간에 맞서 경기하기(Playing Against the Clock)’를 통해 “영국의 EPL 및 풋볼리그(EFL) 92개 팀 중 23개 팀은 2050년까지 경기장의 부분적, 혹은 총체적인 홍수 위험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리미어리그 구단 중에는 첼시를 비롯해 사우샘프턴(세인트 메리즈), 노리치 시티(캐로우 로드), 웨스트햄(올림픽 스타디움)이 홍수 위기에 처해있는 구단으로 꼽혔다. EFL 챔피언십 소속 구단인 미들즈브러와 돈캐스터는 다행히 홍수 위기는 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팬들을 홈구장인 리버사이드 스타디움으로 데려오기 위해선 도시의 홍수 지대를 건널 수 있는 선단을 운영해야 할 수도 있다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이미 지난 2월, 영국을 강타한 태풍 ‘유니스’로 인해 EFL 8경기, 내셔널리그(5부 리그) 4경기, 스코티시 챔피언십의 던펌린-파틱 시슬 경기가 모두 연기된 바 있다.

지난 2015년, 영국 축구 구단 칼라일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인 브런톤파크 스타디움이 홍수로 잠겨 있는 모습. [칼라일 유나이티드]

축구를 비롯한 스포츠 산업은 이처럼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동시에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장본인이기도 하다.

영국 언론 ‘디 애슬래틱’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번 프리시즌 기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태국과 호주를 오가면서 약 1800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이는 약 350가구가 1년 동안 전기를 사용하면서, 혹은 1년 동안 400대의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내뿜는 탄소와 유사한 규모다. 항공편 외에 숙박, 음식 등 요소까지 고려하면 배출량은 더 늘어난다.

구단의 비행 이동은 축구 산업이 남기는 탄소 발자국 중 일부에 불과하다. 주요 경기를 직접 관람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는 전 세계 축구팬, 경기장 구축과 운영에 사용되는 전기, 시즌마다 새로 제작되는 유니폼까지 두루 고려하면 축구와 얽힌 탄소 발자국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일례로, 지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은 약 216만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1년 동안 50만대의 자동차를 운행하면서 배출한 탄소량과 맞먹는다.

축구 단체들은 과연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고 있을까. 국제축구연맹(FIFA)과 유럽축구연맹(UEFA)은 지난해 11월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스포츠 기후행동 프레임워크’에 서명했다.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중요한 것은 구단과 팬들의 실질적인 행동이다. 이미 탄소중립을 위한 행동에 나선 구단들도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프리 시즌 기간 비행 이동으로 1800t의 온실가스를 배출한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호주에서 진행되고 있는 조림 사업에 투자했다고 지난달 밝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최고 운영책임자인 콜레트 로슈(Collette Roche)는 “우리 모두는 지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의 팬을 보유한 축구 클럽으로서, 이것이 우리가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임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토트넘과 첼시는 세계 최초로 탄소 중립 경기를 개최했다. 경기장 운영에 필요한 전력, 팬과 선수들이 경기장까지 오는 교통 수단, 경기장에서 소비되는 음식 등 여러 측면에서 탄소가 얼마나 배출되는지 계산하고, 이를 상쇄할 수 있을 만큼 동아프리카 지역에 나무를 심는 프로젝트였다. 동시에 탄소 배출량 자체를 줄이기 위해 팬들에게 주요역에서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자전거 주차장을 설치했으며 재사용이 가능한 맥주컵을 통해 ‘매립 쓰레기 제로’ 목표를 팬들에게 요청했다.

영국 축구 구단 레딩은 이번 시즌 유니폼 소매에 ‘기후 줄무늬’를 담았다. 파란색은 평균보다 추운 해를 나타내고 빨간색은 평균보다 더운 해를 나타내 기후변화를 한 눈에 느낄 수 있도록 고안됐다. [레딩]

이밖에도, 구단 레딩은 유니폼 소매에 ‘기후 줄무늬’를 담아 주목을 받았다. 파란색과 빨간색 줄로 가득 찬 이미지는 영국 레딩대학교의 기후과학자 에드 호킨스(Ed Hawkins)가 고안한 것으로, 파란색은 평균보다 추운 해를 나타내고 빨간색은 평균보다 더운 해를 나타내 기후변화를 한 눈에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또 구단 브렌트포드는 축구 산업이 보다 지속가능해져야 할 필요성을 언급하며 이번 시즌에 새로운 유니폼을 출시하지 않기로 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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