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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연주의 현장에서] 마트 휴업폐지 논란, 빈수레 안 되려면

“수면 위로 나온 것은 환영하지만, 이번에도 별 성과가 없을까봐 걱정이 되긴 합니다.”(대형마트 관계자의 말)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10여년 만에 수면 위로 나왔지만 첫 단추부터 순조롭지 못한 상황에서 논란만 커지면서 이해당사자들의 심경도 복잡하다. 도입 당시에도 시끄러웠던 이 정책은 존폐를 논하는 과정도 산 넘어 산이다.

유통가에서는 이번 정부가 출범할 때부터 유통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광주에 복합쇼핑몰을 짓겠다는 것이 공약이 될 정도로 낡은 유통규제에 얽매인 것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여러 차례 보였기 때문이다. 이번에 대통령실에서 국민제안 온라인 투표를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다. 10건에 대한 온라인 투표를 거쳐 상위 3건을 국정에 반영할 계획이었고,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투표 시작 시점부터 1위를 차지하며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1위라는 투표 결과에도 불구하고 이번 투표는 어뷰징(중복전송) 문제를 이유로 선정 계획 자체가 철회됐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당황하기는 일반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국민제안 투표라는 것 자체가 여론수렴이 미흡한 상태에서 불쑥 나온 것이기 때문에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커진 것은 예정된 수순이다. 소상공인 단체들은 처음부터 이 사안을 투표로 다루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고 지적해왔다. 투표가 무산된 이후에도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당초 대형마트 규제의 목적인 전통·골목상권 보호에 반하는 정책이라고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순서가 뒤바뀐 듯하지만 이제라도 여론수렴에 나선 듯한 정부는 국무조정실이 지난 4일 첫 규제심판회의를 열고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제에 대한 이해 당사자의 의견을 들었다. 이날부터 18일까지 규제정보포털에서 토론을 진행해 대형마트 규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만약 한쪽(대형마트)을 틀어막으면 다른 한쪽(전통상권)이 올라올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간 것이라면, 다른 한쪽을 살리기 위해서는 이제 근본적인 또 다른 상생 해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형마트 영업규제 논의는 다시 출발선에 섰다. 상권을 둘러싼 논쟁은 물론 마트 직원들의 쉴 권리 보장이라는 문제도 있다. 마침내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의무휴업 폐지 방침이 정해지더라도 국회 통과는 또 다른 문제다. 무엇보다 최근 논의에는 소비자의 권리라는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대형마트 영업 규제는 당초 목적은 거두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소비가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매월 둘째, 넷째주 일요일에도 마트에 갈 수 있을지 소비자들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번 투표가 파문을 던지고, 활발한 논의를 촉발시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수면 위 파장은 아무리 커도 흔적도 없이 사라지면 그만이기도 하다. 이 파장을 의미있게 만드는 것은, 이제부터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을 것이다.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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