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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고립 본격화…美에 이어 日과도 대립각
中, ‘대만 포위’ 훈련 수행…미사일 11발 발사
美 “상황 주시”…레이건호 체류 기간 연장
백악관, 위기 점화 막기 위해 외교 강조하기도
日에게도 ‘불똥’…해상 안보 위협에 갈등 깊어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중국의 대만봉쇄 군사훈련이 시작되면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본격화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미국은 중국이 이날 대만 주변 해역에 총 11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두고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필리핀해에 배치된 로널드 레이건호와 항모 강습단의 체류 기간을 연장했다. 여기에 중국이 발사한 미사일 일부가 일본이 설정한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쪽에 떨어졌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중국과 일본의 관계에도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로널드 레이건호 항모와 중국 인민해방군이 4일 공개한 미사일 발사 모습. [로이터]

[헤럴드경제=유혜정 기자]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중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펠로시 의장의 동아시아 순방이 마무리되면서 중국의 고립화가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과 관계까지 빠르게 악화하며 미중 갈등에 이어 중·일 관계에도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펠로시 의장의 아시아 순방을 통해 민주주의 수호에 대한 가치를 강화하고자 하는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은 신냉전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군사 위협 수위 끌어올리는 中…상황 주시 외교 강조 美 = 미국의 동맹국과 주요7개국(G7) 등 국제사회가 중국의 군사적 행위를 규탄하며 일제 ‘중국 때리기’에 가세하고 있는 와중에 중국은 반(反)미 전선을 강화하고 군사적 위협 수위를 연이어 높이고 있다. 미국도 이에 대립각을 세우고 있지만 ‘외교적 수단’을 재차 강조하며 갈등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PLA)은 4일 오후 1시 56분부터 오후 4시까지 수차례에 걸쳐 대만 북부, 남부, 동부 주변 해역에 총 11발의 둥펑(東風·DF) 계열 탄도 미사일을 발사해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훈련을 진행했다. 중국은 대만 무력 통일에 나설 경우 꺼낼 ‘대만 봉쇄’ 카드를 사전에 쓴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중국의 군사적 도발을 ‘현상 변경 시도’로 보고 상황 주시를 위해 필리핀해에 배치된 로널드 레이건호와 항모 강습단의 체류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지만, 이번 주중 캘리포니아주(州)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예정돼 있던 ‘미니트맨-3’의 시험발사를 연기하며 한 발짝 물러서는 모습도 보였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미국은 위기를 선택하거나 추구하지 않지만, 중국이 무엇을 선택하든 그에 대비돼 있다”며 “우리는 경제적이고 외교적 수단도 있다”고 강조했다. 백악관 측은 중국과 대화 채널을 유지하고 있다며 양국 간 갈등이 위기로 번지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은 ‘하나의 중국’ 정책에 대한 입장도 여전하다는 점을 부각하며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등에 참석하고자 캄보디아를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대만관계법, 상호 불간섭 등을 둘러싼 양국 간 합의인 미중 3대 공동성명, 대만의 실질적 주권을 인정하는 6대 보장에 따른 '하나의 중국' 정책에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앞으로 중국의 후속 훈련 양상에 따라 제4차 대만해협 위기 발생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군 동부전구 대변인은 이날 탄도미사일 발사 사실을 밝히며 “모든 실탄사격 훈련 임무는 원만히 완성됐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중국이 계획한 군사 훈련 외 추가적인 화력 시위는 마무리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일 관계까지 ‘불똥’=중국의 화력 시위는 미국의 전통 동맹국 일본에까지 영향을 주며 중일 관계도 위기에 봉착했다. 펠로시 의장의 일본 방문을 앞두고 4일 캄보디아에서 예정돼 있던 중일 외교 회담이 중국 측의 거부로 회담 직전 무산되며 양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이다.

양국은 오는 9월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아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 구축’을 목표로 하는 방향성에 일치를 보고, 회담에서 실마리를 찾을 계획이었지만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격렬한 공방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은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 외교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날 한·중·일 외교장관의 모두발언 후 취재진이 나간 뒤에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설전을 펼쳤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중국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11발 가운데 5발이 처음으로 일본이 설정한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쪽에 떨어지면서 일본 해상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발생해 양국 관계 균열이 더 깊어질 전망이다.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상은 이에 대해 “일본의 안전 보장,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중대한 문제”라며 중국을 질타했다.

대(對)중국 견제 협의체인 쿼드(QUAD) 회원국이기도 한 일본과 미국, 호주는 함께 회담을 열어 중국 군사 활동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중국 고립화’에 나서기도 했다. 블링컨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은 4일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한 긴밀한 협력을 약속하고, 평화와 자유, 번영을 유지하기 위한 아세안 이니셔티브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yooh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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