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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여름도 여행 접고 ‘집콕’하렵니다...“난 지금 코로나로 번아웃”
쌓인 스트레스 해소할 기회인데
잇단 휴가계획 좌절 우울감 호소
직장동료에 ‘민폐 될라’ 두려움도
지난 7월 24일 휴가철을 맞은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센터 앞에 검사를 받고 있는 입국자들의 캐리어가 줄지어 놓여 있다. [연합]

#1. “현지 친구들에게도, 유학 시절 교수님께도 다 이야기해 놨는데....” 직장인 김모(30) 씨는 지난 5월부터 계획했던 일본 여행 계획을 최근 접었다. 국내로 눈을 돌려도 봤지만 만만치 않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재확산세에 이마저 포기했다. 김씨는 “혼자 걸리는 것쯤은 이제 상관없지만 부모님과 함께 살다 보니 조심할 수밖에 없다”며 “에너지가 방전되는 기분”이라고 했다.

#2. 입사 세 달을 갓 넘긴 회사원 신모(26) 씨도 최근 가족 여행 계획이 무산됐다. 단기간에 동남아시아 등 가까운 나라라도 다녀오려 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아서다. 혹여 해외에서 코로나19에 걸려오면 직장 동료들에게 ‘민폐’를 끼칠까 두렵기도 했다. 신씨는 “‘집콕(집에 머물기)’이 최선이겠지만 쉬는 기분이 날지는 의문”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3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이틀째 11만명을 넘어서며, 김씨와 신씨처럼 휴가 때 여향 계획을 취소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수년째 휴가 계획이 좌절되면서 ‘번아웃’ 증상을 호소하는 직장인들도 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관련 업계에서도 실감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인천국제공항 이용객은 코로나19 이전 대비 30% 수준인 173만8706명으로 추산됐다. 앞서 인국공이 예상했던 200만명보다도 낮은 수치다. 국내 한 여행업체 관계자도 “광복절 연휴, 추석 연휴 등 8~9월 대목을 앞두고 부쩍 취소 문의나 방역문제 관련 문의를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조치가 무색한 재확산세에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개인관광비자가 나오지 않는 일본 상황을 고려해 단체관광비자라도 받으려는 계획까지 세웠지만 당분간 미룰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일에 쫓겨 사는데 기분 전환할 수 있는 여행도 못 가니 우울하다”고 털어놨다.

2019년 취업한 이후 한 번도 해외여행을 가지 못했다는 또 다른 직장인 김모(29) 씨도 상황은 비슷하다. 김씨는 베트남행 비행기표를 일찌감치 예약했지만, 최근 뮤지컬 공연이 당일 취소되는 일을 겪으며 불안해졌다. 언제 입·출국 조치가 강화될지 몰라서다. 일각에서는 직장인의 정신건강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여행 계획 취소만으로 우울증에 걸리진 않더라도, 그간 누적된 스트레스를 크게 키우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김의중 노원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스트레스가 누적됐던 상황을 감안했을 때 회복 탄력성이 낮은 분들에겐 사소한 계기라도 (정신적으로)크게 무너지는 기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일반 직장인도 그렇지만, 보건 계열에 종사하는 직장인들은 더욱 우려된다”며 “‘다른 사람들은 나아지는데 나만 그대로’라는 인식이 정신건강을 더욱 소진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 기간 직장인들이 단체생활 속에서 겪는 스트레스 문제는 일찍이 지적된 문제다. 지난해 정혜선 가톨릭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연구팀이 전국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61.2%가 “코로나19가 삶에 주는 스트레스가 심각한 편”이라고 답했다. 특히 가족(85%)이나 직장 동료(84.2%)를 감염시킬 가능성에 대한 압박을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직장인들은 코로나19 확진으로 인한 후유증 등 건강 문제보다는, 직장 내 확진자가 생기며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는 가능성을 더욱 우려했다. 신씨는 “신입사원이라 안 그래도 눈치를 보는데, 굳이 해외까지 나갔다가 ‘막무가내’라는 식으로 낙인이 찍힐까 두렵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바꿀 순 없으니, 예방 차원에서 개개인이 스스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을 다양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꼭 휴가가 아니더라도 나름의 해결 방법을 찾아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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