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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단 상황에서만 핵 사용 검토”...美 , NPT서 러·中견제
美 ‘핵억제 새 접근법’ 제시 배경·의미
러, 우크라 전세역전 카드로 핵사용 우려
中 핵감축 논의 불참속 핵증강도 큰 위협
바이든 대통령, 홈피성명 통해 中·러 압박
블링컨 국무 ‘동맹 중대한 이익 방어’ 천명
기시다 日총리 등 국제사회도 우려 쏟아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막한 제10차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 연설에서 북한, 러시아, 이란의 핵 위협을 비판하며 “미국은 동맹, 파트너들의 중대한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극단적인 상황에서만 핵무기 사용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미국 핵무기의 근본적인 역할은 미국과 우리의 동맹 및 파트너들에 대한 핵 공격을 억제하는 것이라며 이 같이 강조했다. [AFP]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막한 제10차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에서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며 위협을 가해 온 러시아와 핵무력 증강 움직임을 보여 온 중국 등에 대한 견제에 주력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미국 핵무기의 근본적인 역할은 미국과 우리의 동맹 및 파트너들에 대한 핵 공격을 억제하는 것”이라며 “우린 미국, 동맹, 파트너들의 중대한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극단적인 상황에서만 핵무기 사용을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NPT의 일원이자 핵 비확산 의무를 준수하는 비(非)핵보유국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하면서도, 서방과 갈등을 빚어 온 러시아와 중국 등의 위협에 맞서 동맹의 중대 이익을 방어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특히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를 공격하거나 군사 기지화하고, 꾸준히 핵무기 사용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며 NPT의 3대 축인 ‘핵보유국의 핵 군축’, ‘핵 비보유국의 핵무기 금지’, 그리고 ‘원자력 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을 뒤흔들었다는 비판을 받는다.

여전히 서방 군사 전문가들은 궁지에 몰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 ‘핵무기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핵 감축 논의에 불참하고 있는 중국의 핵 증강도 큰 위협으로 꼽히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지난달 중국을 처음으로 ‘전략적 위협’으로 지정하면서 중국이 군사적 긴장을 높인다는 점을 기정사실화했다.

미 국방부는 오는 2030년까지 중국이 1000기 이상의 핵탄두를 확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중국이 지금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 350기의 약 3배 가까이 달하는 수치다. 최근 스티븐 러브그로브 영국 국가안보보좌관도 중국과 핵 대결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하며 핵무기의 급속한 확산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블링컨 장관의 NPT 연설에 앞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홈페이지 성명을 통해 러시아와 중국을 압박했다. 그는 미국이 2026년 만료되는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 스타트)’ 이후 러시아와 새로운 핵무기 협정을 추진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핵무기 통제 작업을 함께 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불안정한 군사 역학 문제를 해결할 대화”라며 중국도 이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1년 체결된 뉴 스타트 조약은 미국과 러시아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의 배치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러시아 유엔 사절단 측은 이후 성명을 내 “미국이 결단을 내리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솔직하게 말해야 할 때”라며 미국이 협상할 준비가 돼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세계 핵전쟁을 우려하는 미국의 온도와는 다르게 이날 푸틴 대통령의 반응은 덤덤했다. 그는 NPT 회의에 보낸 서한에서 “핵전쟁에 승자는 있을 수 없으며, 그런 전쟁은 절대 시작돼선 안 된다”고 말하며 러시아의 핵 무기 사용 우려를 일축했다. 이어 “러시아는 NPT 조약국으로서 조약의 정신과 내용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며 미국과의 핵무기 감축 협정도 충실히 지키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제사회는 이날 커지는 핵 위협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도 미국과 함께 커지는 핵 위협에 대해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가운데 핵에 의한 위협이 행해지고 핵무기의 참화가 다시 반복되는 것이 아닌지 세계가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일본이 NPT의 수호자로 나서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5가지 행동 방침을 담은 ‘히로시마 액션 플랜’을 제시해 핵무기 불확산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때 상상할 수 없었던 핵 분쟁의 가능성이 다시 실현 가능한 영역으로 돌아왔다”고 우려를 표했던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중동과 한반도에서부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르기까지 핵 위기가 곪아가는 이 시기에 거의 1만3000개의 핵무기가 전 세계 무기고에 보관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핵분쟁을 향해 끓고 있는 지정학적 긴장을 막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유혜정 기자

yooh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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