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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사실상’ 보편감세와 ‘진짜’ 부자감세
소득세 하위구간 세율조정
소득 많을수록 혜택금액 ↑
서민만 배려하면 차별될수
중산층도 감세혜택 누려야
징벌적 부동산세 개편할만
주식부자 감세 수혜 가장 커

[문제] 다음 중 누가 더 큰 혜택을 보는 지 고르시오.

① 총급여 3000만원인 A. 30만원이던 소득세가 22만원으로 8만원 낮아진다.

② 총급여 1억5000만원인 B. 소득세가 2430만원에서 2406만원으로 24만원 줄어든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의 풀이는 이렇다.

“납세금액 대비 A는 27%, B는 0.99% 줄었으니 그 차이가 27배나 된다. 정답은 ①이다”

아이와 어른에게 1만원의 가치는 다르다. 돈의 상대가치는 소득이나 재산에 따라 다를 수 있다.소득 금액 대비 세금 감소액은 A 0.27%, B 0.16%다. 격차는 1.7배로 줄어들지만 그래도 답은 ①이다.

돈의 절대가치를 따져보자. 4인 가족이 고깃집에서 외식을 한다고 치자. 8만원이면 돼지고기가 적당하다. 24만원이면 소고기도 가능하다. 24만원이 8만원 보다는 크다. 정답은 ②가 된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6%세율 구간을 1200만원에서 1400만원으로, 15%세율 구간 상단을 46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높이고 있다. 그 결과 24%세율 구간 하단도 5000만원으로 조정됐다. 소득세는 누진구조다. 하위구간 세율을 낮추면 저소득자는 물론 고소득자도 혜택을 보게 된다. 관련 법 개정을 위해 야당 설득이 필요한 정부가 무리하게 ‘부자감세’를 부인하기 보다는 ‘보편적 감세’임을 강조하는 게 나아 보인다. 야당도 중산층의 혜택까지 없애려 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세금 덜 내고 싶은 마음은 다 똑같다. 국민의 세 부담을 낮춘다면 저소득자는 물론 중산층이나 고소득자도 혜택을 보도록 해야한다. 저소득자만 도우려면 소득 하위구간 세율만 조정하는 방법은 적절치 않다. 고소득자만 세금 더 내도록 하려면 소득 상위구간 세율을 높이면 된다. 특정 정책이나 상황으로 돈을 많이번 이들이 있다면 증세는 그들에게만 한정해야 한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 헌법에서 국민이 소득과 재산에 따른 차별을 인정하는 문구는 없다. 다만 국가는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여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위해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소득세와 상속·증여세 등에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돈 많이 벌고, 재산이 많다고 나쁜 사람은 아니다. 정당하게 번 돈으로 재산을 형성하고 법률로 정한 세금을 제대로 낸다면 국가가 경제적 불이익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서민만 감세’는 옳고 ‘부자도 감세’는 나쁜다고 할 수는 없다. 서민과 부자 사이에는 가장 숫자가 많은 중산층도 존재한다. 이들 대부분은 소득세를 가장 성실하게 내는 직장인이다. 이번 개편안은 ‘중산층도 감세’다.

세제개편안은 소득세 외에 부동산과 주식 관련 세금도 낮추고 있다. 부동산은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 폐지와 종합부동산세 등 과세기준 조정이다. 현재 부동산 과세체계는 징벌적 성격이 너무 강하다. 최근 집값 상승으로 늘어난 중산층의 부담도 배려하지 못하고 있다. 주로 부자들이 수혜를 보겠지만 ‘명분은 있는 감세’로 볼 만하다.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진짜 ‘부자만 감세’는 대주주 양도차익 과세 기준 강화다. 대주주를 고액주주로 바꿔 과세 대상 주식가액을 특수관계인 포함 10억에서 개인별 100억으로 바꾸고 있다.

“명분이 바르면 다스려지고(名正則治), 명분이 바르지 않으면 어지럽고(名倚則亂), 명분이 없으면 망하게 된다(無名則死)”

관자(管子)에 나오는 말이다. 취임 두 달 만에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다. 야당이 과반 의석을 가진 국회에서 정부와 여당이 만든 세제개편안이 처리되려면 ‘명분’을 잘 세우는 게 그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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