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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만行 강행’ 펠로시, 3일 차이잉원 만난다…美中 ‘치킨게임’
로이터, 소식통 인용 “펠로시, 2일 밤 대만 도착 후 1박 일정”
당초 ‘신중론’ 美 행정부 입장 선회…백악관 “안전 방문 보장” 압박
駐유엔 中 대사 “美中 관계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악화될 것” 경고
中, 남중국해 실사격 군사 훈련 돌입…美, 항모 파견·군용기 추가 배치
아시아를 순방 중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1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미국 상공회의소 주최 만찬에 참석한 뒤 행사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AFP]

아시아를 순방 중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중국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대만 방문을 강행하면서 대만 해협에 전운이 드리우고 있다.

중국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저지하기 위해 무력 사용 가능성까지 내비친 가운데, 미국도 항공모함 파견과 전투기 호위 등으로 펠로시 의장에 대한 보호 조치를 다 할 것이란 입장을 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을 자국 영토로 보는 중국이 미군 전투기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호위할 경우 침략으로 여겨 군사적 대응에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양국간 갈등은 어느 한 쪽도 양보하지 않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펠로시, 2일 밤 대만 도착 후 1박

로이터 통신은 1일(현지시간)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펠로시 의장이 2일 밤 대만에서 하룻 밤을 묵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SET TV·EBC TV 등 대만 언론들도 펠로시 의장이 2일 오후 10시 30분 타이베이(台北) 쑹산(松山)공항에 도착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타이베이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숙박한 후 펠로시 의장은 3일 오전 8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면담하고 입법원(의회)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후 오전 10시 대만을 떠난다.

펠로시 의장의 경호를 위해 최소 200명 이상의 대만 경찰관과 정보 요원들이 투입될 예정이다.

미국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은 1997년 뉴트 깅그리치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 4월 아시아 순방 길에 대만을 찾을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리는 바람에 전체 일정을 취소한 바 있다.

중국은 미 권력 서열 3위인 펠로시 의장의 방미가 미중 간 합의 사항인 ‘하나의 중국’ 원칙을 크게 훼손한다고 맹비난했다. 여기에 중국 군부는 펠로시 의장이 탄 항공기에 대한 ‘요격’까지 거론하며 군사적 조처를 시사했다.

낸시 펠로시(왼쪽) 미국 하원의장이 1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이스타나 대통령궁에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

장쥔(張軍) 유엔 주재 중국 대사도 이날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중국과 미국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악화될 것”이라 경고장을 날리기도 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구체화되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 역시 ‘강경’ 노선으로 선회하는 모양새다. 당초 바이든 행정부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行)이 가져올 미중 관계 악화 등 여파를 우려해 신중론을 당부하는 등 부정적 뉘앙스를 풍겼지만, 펠로시 의장이 대만 방문 의사를 꺾지 않자 안전 보장에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는 식의 반응으로 돌아섰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하원의장은 대만을 방문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하며 “베이징(北京)의 행동은 긴장을 증대시키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만큼 (중국군의 움직임을) 매우 면밀하게 주시할 것이다. 하원의장이 안전한 방문을 할 수 있도록 확실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1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관련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EPA]

다만, 커비 조정관은 “하원의장의 방문은 선례가 있으며 하원의장의 방문 가능성으로 현상이 변화되는 것은 없다”며 “우리의 ‘하나의 중국’ 정책도 변화가 없으며 우리는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중국을 달래는 발언도 내놓았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날 “우리는 펠로시 의장이 방문을 결정할 경우 중국이 책임감 있게 행동하고 향후 어떠한 긴장 고조에도 관여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중국을 압박했다.

中 전례 없는 수위 대응 카드 꺼낼 수도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 어느 한 쪽도 양보할 수 없는 현 상황을 고려했을 때 중국이 전례 없는 수위의 대응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3연임을 결정할 공산당 대회를 앞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대만 통일이 자신의 통치에서 주요 목표임을 어느 전임자보다 분명히 했다”며 “특히 대만 문제에서 강인하다는 이미지를 보이고 싶어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도 결코 물러설 수 없는 현실이란 점도 불안 요소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무산된다면 미국이 중국의 협박에 굴복했다는 비판 여론에 노출돼 안 그래도 불안한 11월 중간선거에서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해 중국에 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비판에 종종 휘말렸다.

2일(현지시간) 1면에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소식이 실린 대만 한 일간지의 모습. [로이터]

대만을 둘러싼 긴장 고조는 불가피한 상황으로 치닫는 가운데, 미중 양국이 어느 정도 수준의 군사적 대치 상황이 펼쳐질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일 전투기를 동원해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범하고 있는 중국은 2~6일 남중국해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한다. 미사일 발사 등 실사격을 염두에 둔 듯 선박들이 해당 해역에 진입하지 말라고 공지하기도 했다.

미국 역시 해군 7함대 소속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과 미사일 순양함 ‘챈슬러스빌’이 남중국해에서 전투기 훈련 등에 나선 사진을 지난달 31일 공개했고, 인근 오키나와(沖縄) 기지에 군용기를 추가 배치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한편, 1995년 리덩후이(李登輝) 당시 대만 총통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은 대만 인근 해역에 미사일 2발을 발사하고 미국이 항공모함 2대를 보내는 식으로 응수한 끝에 갈등이 마무리됐다. 깅그리치 전 의장이 대만을 찾았을 때는 중국 외교부가 비판 성명을 내는 선에서 그쳤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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