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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우양식은 바다 환경오염의 주범이란 인식 깼죠” [에코 플러스]
‘친환경 양식 새우’ 이두현 AD수산 대표
데이터 수질관리·공학설계 노하우 적용
無항생제·농약...조개 등이 배설물 해결
친환경 양식장으로 중동·아프리카 진출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22억원 투자유치
내년에는 새우소비 가장많은 유럽 진출
환경 친화적 방식으로 새우를 양식하는 스타트업 ‘AD수산’의 이두현 대표는 “새우에 대한 전 세계 수요는 가파르게 증가하는데, 자연을 파괴하는 기존 새우 양식업으로는 그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며 “기술과 데이터에 근거한 친환경 양식식을 전 세계에 보급하는 것이 우리의 꿈”이라고 말했다. [AD수산 제공]

한국은 미국, 중국, 일본, 스페인, 프랑스에 이어 전 세계 새우 수입 규모 6위 국가다. 지난 2020년에만 약 1조원에 달하는 새우를 수입했는데, 전 세계 새우 교역의 3.2%를 차지할 정도다.

한국인이 이토록 즐겨 먹는 새우는 환경엔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새우 양식장을 만드는 과정에 남미나 동남아의 맹그로브숲이 빠른 속도로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새우를 질병 없이 키우기 위해 투입한 항생제와 화학물은 바다와 해양 생태계를 오염시킨다.

하지만 새우도 친환경적으로 양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한 곳이 있으니, 바로 한국 스타트업 AD수산이다. 양식장에 공학 노하우를 적용해 화학물 없이도 높은 수질을 유지하고, 새우의 배설물은 다시마와 조개가 분해하도록 하는 등 자연을 모방했다. 물이 더러워지지 않으니 오폐수를 바다로 방류할 일도 없다.

AD수산을 창업한 이두현 대표를 만나 지속가능한 새우 양식의 가능성을 엿봤다.

-간단히 회사 소개를 해달라.

▶우리는 2019년 9월에 설립된 친환경 새우 양식 기업이다. 우리가 양식하는 새우는 흰다리새우라는 종인데, 최적화된 수온이 28도로 높아 우리나라 노지 양식장에선 시기적 제한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실내 양식장이기 때문에 계절과 무관하다. 현재 전북 고창을 생산 기지로 삼고 있으며, 한국을 베이스로 글로벌로 나가는 목표를 세웠다. 중동 사우디아라비아에선 이미 양식장을 착공해 내년부터 연 1000t 규모로 공급할 예정이고, 아프리카 알제리에서도 올해 양식장 착공에 들어간다.

-친환경 새우 양식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기존 양식은 왜 환경에 왜 안 좋은가.

▶전통적인 노지 양식은 땅을 파고 둑을 쌓은 뒤 바닷물을 들여와 그 물에 새끼 새우를 집어넣고 사료를 준다. 근데 이 과정에서 사료 찌꺼기와 새우 배설물들이 쌓이게 되고, 새우 양식에 골칫거리인 암모니아, 아질산 수치도 높아진다. 처리 방법이 마땅치 않으니 그냥 바다에 방류한다.

바다로 내보내는 게 새우 배설물 뿐이라면 그나마 괜찮다. 하지만 더러워진 물에서도 새우가 병 없이 자라도록 항생제와 화학물질도 어마어마하게 쏟아붓는다. 이걸 방류하니 해양 생태계를 해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방류한 물을 옆 양식장이 다시 끌어오고.... 결국 모두가 점점 더 많은 항생제와 화학물을 투입하는 악순환이다.

-AD수산의 방식은 기존 양식과 뭐가 다른가.

▶우리는 물을 아예 갈지 않는 ‘무(無) 환수’를 지향한다. 아직 부족하긴 하지만, 3~4개월의 양식 기간 동안 내버리는 물은 사용한 전체 물의 5% 내외다. 이렇게 수질을 관리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실내 양식을 하기 때문이다. 실내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암모니아 및 아질산 수치, PH농도, 온도, 용존산소율 등 여러 변수를 통제하면 항생제와 화학물을 쓸 필요가 없다. 자연스레 생산 효율도 높아진다. 노지에서 1㎡당 새우 30마리를 넣을 때, 우리 300마리에서 500마리까지 넣는다.

AD수산이 양식한 흰다리새우와 AD수산이 전북 고창에서 운영하고 있는 실내 새우 양식장의 모습 [AD수산 제공]

-실내 양식은 기존에도 있었던 듯 한데.

▶실내라는 특징 뿐만 아니라, 양식 수조를 설계하는 기술도 환경 친화적이다. 우리 양식장은 새끼 새우를 한 달간 키우는 ‘보육 수조(Nursery)’, 상품화 단계까지 키우는 ‘본양성 수조(Growout)’, 배설물을 단계별로 여과하는 ‘바이오필터 수조(Biofilter)’가 한 세트로 구성돼 있다.

본양성 수조는 경사를 줘 설계했는데, 원심력으로 인해 사료 찌꺼기나 오폐물이 바이오필터로 넘어간다. 바이오필터에 해조류와 어패류를 넣어 이를 분해시킨다. 바이오필터를 거쳐 깨끗해진 물은 다시 본양성 수조로 들어와 순환이 완성된다. 자연을 모방한 것이다.

-엔지니어링 기술력이 중요한 듯한데, 대표님의 전공과 약력이 궁금하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미국에 건너가 존스홉킨스 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이후 첫 직장에서는 원자력 발전소를 설계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다시 방사선 감시 설비 업체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원전 컨설팅을 했다.

그러다 ‘하버드가 아니라 북경대로 가라’는 책을 읽고 중국에 꽂혀, 무작정 중국으로 떠났다. 중국서도 스위스계 엔지니어링 컨설팅펌에 근무했는데, AD수산의 공동 창업자이자 해외 사업을 총괄하는 최고운영책임자(COO), 오트만(Othman Ben Abbes)을 거기서 만났다.

새우 양식 사업의 아이디어는 오트만의 상상에서 출발했다. 오트만도 기계 공학을 공부했는데, 담수화 플랜트 프로젝트에 관여하던 당시 담수를 뽑아내고 남은 염도 높은 물을 이용해 새우를 길러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2018년에 떠올린 그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다 지금 AD수산까지 왔다.

-현재 투자 유치 현황은?

▶누적으로 약 22억원을 투자받았다. 2020년 임팩트 투자 전문 벤처캐피탈인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로부터 초기 투자금을 유치했고, 지난해에는 블리스바인벤처스와 이탈리아 패밀리오피스인 RA.MO SpA로부터 프리 시리즈A 라운드 투자를 받았다. 올해 중 시리즈A 라운드로 추가 투자금을 유치하는 게 목표다.

-흰다리새우 양식의 최적 수온이 28도라고 했는데, 물을 덥히기 위한 전기 소비량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친환경 모토와는 맞지 않아 보이는데..

▶사실 고창 양식장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기를 자가 공급하는 게 목표였는데, 인허가 문제 때문에 실현하지 못했다. 지금은 여러 기술적 해법들을 모색하고 있다. 사료 찌꺼기나 새우 배설물을 이용해 양식장에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구축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발효 과정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로 터빈을 돌려 생산한 전기를 양식장에 공급하는 개념이다.

-제품은 현재 어떤 채널로 유통되고 있나? 매출 규모도 궁금하다.

▶온라인 자사몰을 운영하고 있고, 쿠팡과 마켓컬리를 통해서도 판매했다. 오프라인 쪽으로는 갤러리아 백화점과 NC백화점, 하나로마트, 롯데백화점에 들어갔다. 아직 생산량이 연간 100t 정도로 크지 않아 매출 규모는 작다. 본격적으로 매출이 난 것은 올해부터인데, 올해 25억~30억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장 매출보다는, 올해는 해외 사업장에서의 양식장이 탈 없이 지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른 지역으로의 진출 계획은 없나.

▶세계 최대 새우 소비 시장인 유럽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유럽은 99% 해외에서 냉동 새우를 수입하는데, 직접 가보니 이유를 알겠더라. 지속가능성이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기준이 워낙 깐깐해, 양식 업자들이 성장하기 힘든 구조다. 하지만 우리는 그 기준을 충족하면서도 사업을 펼칠 수 있다. 내년 중 벨기에에서 새우 양식으로 인허가를 받아보고자 한다.

-AD수산의 중장기 꿈은?

▶본질적인 목표는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새우 양식법을 전 세계에 보급하는 것이다. 우리의 기술력이라면 전 세계 어디에서든 똑같이 맛있고 건강한 새우를 키워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글로벌로 진출해서 ‘넘버원 씨푸드 프로듀서’로 성장하고 싶다.

최준선 기자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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