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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면도로 보행자 우선’ 시행 100일째…적발건수 단 19건, 이유는?
4월 20일부터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
이면도로에서 보행 시 운전자 서행·일시정지
“‘횡단보도 우회전 단속’처럼 적발 쉽지 않아”
단속기준 없어 현장 경찰 주관으로 판단해야
전문가 “개정안, ‘보행자 보호’ 선언적 의미 커”
“법안 홍보·단속 기준 마련해야” 지적도
2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이면도로(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없음). 김영철 기자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바로 옆으로 차가 ‘쌩’ 하고 지나가는데 오싹하면서도 화가 나죠. 좁은 골목길이고 지나가는 사람도 있는데, 왜 운전을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박모(28) 씨는 올해 초 집 앞 마트를 들르던 길에 한 승용차가 그의 곁을 빠르게 지나는 일을 겪었다고 했다. 박씨는 “다행히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차량이나 오토바이가 골목길에서 무법천지로 질주하는 일이 많다”며 “집 사방이 골목길로 둘러싸여 있어 비슷한 상황이 매우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털어놨다.

이면도로에서 보행자 통행 우선권을 보장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올해 4월 20일 시행, 28일로 100일째를 맞았다. 보행자 통행 우선권과 보행자 범위를 확대한 게 이 개정안의 핵심이지만, 100일 동안 적발된 건수는 20건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씨의 걱정이 그치지 않는 이유다.

이날 헤럴드경제가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4월 20일부터 이달 27일까지 도로교통법상 보행자 보호 불이행으로 적발된 건수는 19건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시행 100일째인 데도 적발 건수가 적은 데 대해 경찰은 해당 개정안이 이달 12일부터 시행중인 도로교통법처럼 단속이 원활하진 않은 것을 이유로 들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보행자 보호 강화를 위해 생긴 법이지만, 해당 법에는 중앙선을 침범하는 사례처럼 딱 떨어지는 처벌 조항이 없다”며 “교통경찰관들도 이면도로에 일일이 서 있을 수도 없으니 적발 건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적발된 건수는 운전자가 좁은 골목길을 지나던 중 보행자를 위협했거나, 지나가는 차량으로 인해 보행자가 깜짝 놀라 넘어져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은 이면도로 등에서는 보행자가 길 가장자리로 통행하도록 했다. 하지만 4월 20일 개정된 도로교통법 제27조(보행자의 보호)에는 모든 운전자가 보행자의 옆을 지날 때 안전한 거리를 두고 서행하고, 보행자의 통행에 방해가 될 경우 서행하거나 일시 정지하도록 했다. 이런 상황에 해당하는 경우는 중앙선이 없는 도로, 보행자우선도로 등이 있다.

신호기가 설치되지 않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의 횡단 여부와 관계없이 일시정지해야 하며 위반 시 승용차 기준 4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보행자로 인정되는 경우도 확대됐다. ▷노약자용 보행기 ▷어린이 이용 놀이기구 ▷동력이 없는 손수레 ▷운전자가 내려서 끄는 이륜차·자전거 ▷도로보수 장비 등도 포함됐다.

일선 경찰은 보행자 통행을 우선하기 위해 개정된 법임에도 실제 이면도로에서 이를 단속하는 것이 어렵다는 분위기다. 서울 한 경찰서 교통과에서 근무하는 경찰관 A씨는 “이면도로에서 차량들이 일시 정지하거나 서행하는 것을 구분하는 게 명백하지 않아 단속을 하는 게 힘들다”고 말했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도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처벌 규정이 있지만 단속의 의미보단 ‘보행자 보호’라는 선언적인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가 이면도로를 도로 공유한다는 관점에서 보행자 우선이라는 인식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 개정안에 대한 홍보는 물론 현장에서 위반 사례를 단속할 기준이 좀 더 명확히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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