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여대생 사망’ 인하대 자필 대자보 “입결 걱정된다고? 판을 갈 때다"
[@inhamoksori 인스타그램]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성폭행 당한 여대생이 추락해 사망한 사건이 벌어진 인하대에 학내 구성원을 비판하는 자필 대자보가 등장했다.

26일 자신을 '익명의 인하대 학생'이라고 밝힌 A씨는 인스타그램과 트위터를 통해 인하대 캠퍼스 내 게시판에 붙인 3장의 대자보 사진을 공개했다.

A씨는 대자보에서 "이 학교엔 '공공연히 떠드는 사람'과 '숨 죽여 말하는 사람'이 있다"며 평소 성폭력 문제를 외면하고 성차별적인 목소리를 냈던 학내 구성원들을 비판했다. 최근 학내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했던 성범죄 사건도 일일이 거론했다.

[@inhamoksori 인스타그램]

A씨는 "공공연하게 떠드는 사람들은 이번 사건으로 입결이 걱정된다고 말한다"며 "반면 폭력이 걱정돼 불쾌한 상황에도 친절하게 살아야 하는 여성, 학내 성폭력 사건과 성차별적 문화를 지적하면 '꼴페미', '메갈'로 공격을 당할까봐 자기를 검열하는 사람들은 숨을 죽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군가는 갑자기 상관없는 사람 때문에 잠재적인 가해자로 불려서 혹은 입결과 학벌이 떨어져서 '남성'이자 '대학생'으로서 위신이 무너졌다고 말한다"며 "반면 다른 누군가는 폭력과 수치가 걱정보다 더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에 공포를 느끼고 숨 죽이며 자신과 동료 시민의 안녕을 걱정한다"고 했다.

A씨는 학내에서 반복되는 성범죄 사건을 둘러싸고도 실추된 '위신'만을 걱정하는 구성원들을 향한 비판도 이어갔다.

그는 "남성 의대생들이 단톡방을 만들어 여학우들을 성희롱하고 남성 총학생회장 후보가 한 여성 학우를 스토킹했을 때도, 한 남학생이 여학생 앞에서 자위 행위를 하고 교내 커뮤니티에 여성을 조롱하고 헐뜯는 게시물들이 올라올 때도 누군가는 '성별 갈등을 조장하지 말라', '섣부른 일반화하지 말라', '잠재적 가해자로 몰지 말라', '우리 학교 입결은 그래도 괜찮다' 등 자기 체면을 걱정하는 말을 공공연히 했다"고 밝혔다.

인하대는 2019년에는 총학생회장 선거에 단독으로 입후보한 학생이 여학생을 온라인 상에서 스토킹하고 괴롭혔던 사실이 공론화됐다. 2016년에는 15·16학번 의예과 남학생 11명이 술자리에서 같은 과 여학생들을 성희롱해 징계를 받았다. 이보다 앞선 2013년에는 교내에서 한 남성이 여학생들 앞에서 자위 행위를 해 논란이 됐다.

[@inhamoksori 인스타그램]

A씨는 이어 "판을 갈 때다. 지금까지 염치없이 떠든 자들에게 우리의 존엄과 삶을 맡기기엔, 서로의 안녕을 숨죽이며 더듬더듬 확인하기엔 최근 마주한 전대미문의 사건은 평등한 학교, 안전한 학교를 세우는 일이 '시급한 과제'를 넘어 '뒤늦은 과제'임을 분명히 말한다"고 썼다.

A씨는 "이제는 숨 죽여 말하던 이들이 공공연하게 말해야 할 때 입니다. "라며 "함께 평등하고 존엄한 학교를 만들자. 이 외침에 대자보로, 포스트잇으로, 댓글로, 행동으로 응답해달라"고 제안했다.

kacew@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