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개발사업 동시다발적으로 추진
‘중장기 호재’ 꾸준한 우상향 곡선 전망
집값 상승률 서울 25개구 중 가장 높아
서울시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을 본격 예고하고 나서면서 용산구 일대 개발시계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대통령실 이전과 잇단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추진으로 개발 기대감이 커진 상황에서 서울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이라 불리는 용산정비창 개발까지 본격화되면 이른바 ‘용산시대’의 개막도 한층 가까워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각에선 서울 부동산 시장의 중심축이 강남에서 용산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는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어 이번 개발계획 발표가 지역 부동산 시장에 즉각적으로 반영될 여지는 크지 않지만 중장기 호재로 꾸준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데 일조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26일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2025년 착공을 목표로 속도감 있게 추진될 예정이다. 당초 대통령실 이전으로 지역 개발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용산 일대에서 추진 중인 각종 개발사업과 정비사업은 오히려 추진력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일단 강북권 재개발 최대어인 한남뉴타운을 비롯해 원효로, 청파동, 남영동 일대에선 크고 작은 재개발 사업이 추진 중인데 서울시의 각종 인허가 신속 처리로 최근 들어 사업 추진이 눈에 띄게 빨라졌다. 재건축 사업도 사업시행인가를 마친 한강맨션과 한강삼익을 필두로 속도를 내고 있고, 유엔사 부지의 복합개발사업도 올해 사업계획인가를 목표로 한창 진행 중이다.
뿐만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주변을 국민공원으로 조속히 조성하겠다고 단언한 만큼 용산공원 조성사업은 한층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숙원사업이었던 경부선·경의선 지하화를 비롯한 각종 교통망 구축사업도 추진 중이다. 연계 개발을 추진했던 서부이촌동, 용산전자상가 등에 대해선 국제업무지구 조성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세부 개발 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용산 전역에서 다양한 개발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만큼 서울 중심지로서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역의 개발호재는 곧 지역 가치로 연결되는데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임대아파트를 채워 넣는 계획보다는 국제·업무·문화 복합개발이 지역 경제에는 훨씬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다만 사업지 범위가 넓은 만큼 전체 부지를 효율적으로 계획해 도시경관을 조화롭게 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남을 뛰어넘는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초고층 마천루 업무시설이 지어지면 용산의 최고가 주택시장은 강남을 뛰어넘을 것”이라며 “높은 용적률과 교통, 미래형 도시공간 등이 토지가격을 급등시킬 요소로 작용해 파급력이 상당히 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학군이나 주변 편의시설과 연동되는 일반 아파트 시장의 경우 여전히 강남이 굳건할 것이라고 봤다. 고준석 제이에듀 투자자문 대표는 “용산의 경우 업무시설 면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보일 수 있지만 공교육 시설이 매우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서울을 포함한 부동산 시장 전반이 사실상 대세하락기로 접어들었기에 당장 지역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용산만큼은 별개 시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양한 개발사업이 중장기 호재로 작용해 가격하락을 방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연이은 금리인상과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집값이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지만 용산지역은 그나마 선방하는 분위기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용산 집값은 올해 들어 2.72% 올랐다. 이는 서울 25개구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로 서울 평균(1.01%)의 두 배가 넘는다.
송 대표는 “이번에 발표된 개발계획을 보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용적률 면에서나 신개념 교통 허브 등에서 보편적이지 않다. 금리인상 등 대외적인 경제 변수가 강하다고 해도 다른 시장과 별개로 홀로 상승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코레일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사업시행자로 나서는 데 대해선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고 대표는 “민간이 수익 위주의 개발을 하는 것보다는 공공성을 가미해 국민에게 일부 돌려줄 수 있는 개발방식이 옳다고 본다”고 했다. 다만 개발에 대한 창의성 측면에선 민간의 노하우가 포함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은희·이민경 기자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