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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카드빚도 갚아주는 시대

경제가 비상이다. 잡히지 않는 물가와 치솟는 금리는 늘어난 빚 부담을 더 무겁게 하고 있다. 정부가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팔걷고 나선 이유다.

정책의 목적은 옳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정책에 동참하느라 빚이 늘어난 이들이 고스란히 그 피해를 감당할 순 없다. 문제는 지금 내놓은 방법이 제대로 됐냐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그리고 저신용 청년을 위한 채무조정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채무 상환 능력이 부족한 이들의 원금을 감면해주고 낮은 이자로 갈아타기를 도와주기로 했다. 쓰이는 예산만 125조원 규모다. 정부는 이 정책이 부채 상환 부담을 상환 능력에 맞게 조정해 자생력 회복을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환 부담과 상환 능력, 회복력 모두를 정교하게 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대상부터가 섬세하지 않다. 당장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엔 법인카드가 아닌 개인카드의 카드론이나 카드할부 등도 빚 탕감에 포함된다. 사업용도인지, 개인용도인지 구분이 어려운 빚도 코로나19 피해로 뭉뚱그려 지원한다. 무엇보다 해당 기금의 목적은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사업자인데 가계대출에 포함되는 신용대출도 포함이 되니, 목적에도 맞지 않다.

정교하게 들여다볼 생각도 없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정책 발표 후 청년특례제도가 20·30대의 ‘빚투’ 부채를 국민이 부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이번 채무조정은 ‘빚투’ ‘영끌족’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구든지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부실(우려) 차주라면 실직·생계·학업·투병·투자 등 이유를 불문하고 채무조정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유 불문’이 포함된 답변은 보도자료로도 인쇄돼 나왔다. 실직과 생계, 학업, 투병은 몰라도, ‘투자’는 대상과 목적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코인이나 주식투자에 쓰인 빚까지 사회적 비용으로 처리해줄 순 없다.

진단과 분석을 제대로 내리지 않은 정책은 상대적 박탈감도 가져온다. 김 위원장은 청년특례제도에 대해 “어려운 청년층을 선제적으로 도와 훗날 사회적 기여를 할 수 있도록 돕자”고 했다. 의도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현재 사회적 기여를 하는 이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는 물론 사회적 대화도 생략됐다.

당장 정책 지원 대상자인 취약차주는 모두 대출을 최대 연 7% 이하 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데 은행 신용대출 금리가 이미 7%대 중반이다. 신용 등급이 높은 이들이 더 높은 이자 부담을 지게 되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부채는 빌린 사람과 금융기관의 관계가 핵심”이라고 했다. 그런데 정부는 가계부채가 급증하던 지난해엔 전문직 고신용자가 능력이 있어도 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꽁꽁 묶더니, 이젠 저신용자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시장경제의 원칙을 무너뜨렸다.

윤석열 정부는 ‘공정’과 ‘상식’을 모토로 출범했다. 비상경제상황에 어려운 이를 도와주는 시스템을 만드는 걸 뭐라 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갑자기 룰을 불공정하게 바꿔 어려운 사람에게 유리하게 해주겠다는 방식은 정치적으론 지지받을 수 있어도 경제발전을 가져오진 않는다. 경쟁은 떨어지고 혁신도 더뎌질 것이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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