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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의욕적 금융규제 혁신, 또 용두사미로 끝나선 안 된다

금융위원회가 19일 열린 ‘제1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내놓은 추진 청사진은 기대 이상이다. 금융권 협회의 건의사항을 바탕으로 추려낸 4대 분야, 9개 주요 과제, 36개 세부 추진과제들은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갈 정도로 화끈하다. 이런 규제들이 사라지면 금융·비금융의 융합으로 은행과 보험의 투잡이 가능해지고 핀테크기업들도 예금·보험 중개 플랫폼 등 다양한 사업모델을 만들 수 있게 된다. 금융회사에 가상자산 관련업무도 허용되고 마이데이터 고도화를 위한 정보 제공 범위도 확대된다.

금기처럼 여겨져 온 금산분리 원칙마저 깨뜨리겠다고 할 정도니, 금융 당국의 취지와 의욕만큼은 충분히 인정할 만하다.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4차 산업혁명의 빅블러(Big Blur) 시대에 더는 금융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늦어져선 안 된다는 절박감도 확실히 느껴진다. “글로벌 금융회사가 할 수 있는 비즈니스는 국내 금융회사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발언은 그의 규제개혁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게 한다. “고정관념을 탈피한 금융 규제의 새 판을 짜겠다”는 관념적인 말보다 한층 설득력 있다.

하지만 그동안 추진됐던 역대 정부의 모든 금융 규제개혁의 성적표는 ‘창대한 계획’에 ‘미미한 결과’로 똑같다. 금융사들이 자회사 간 정보 공유 허용과 은행 망 분리 의무 완화를 요구한 게 벌써 7~8년 전 박근혜 정부 때다. 당시에도 금융 당국이 일선 현장 의견을 수렴해 무려 1000건이 넘는 건의를 받았다. 이용자 편의제고를 위한 건의도 많았다. 하지만 결국엔 대부분 무산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규제를 개선했다고 발표한 내용 중에도 상당 부분은 실제 마무리 짓지 못했다. 첫 번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가 금산분리 원칙 때문에 증자에 제한을 받아 상당 기간 제대로 된 영업을 하지 못한 사례도 있다.

그나마 진전된 게 일정 조건하에 우선 시장에서 테스트할 기회를 부여하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다. 그래 봐야 한시적으로 규제를 유예해주는 정도다. 테스트 결과, 소비자의 편익이 크고 안전성이 검증되면 규제를 없애주겠다지만 보장은 아니다. 규제가 여전하다면 사업을 접어야 한다. 200건 넘는 혁신금융 서비스가 지정됐지만 테스트가 진행 중인 건 절반도 안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청사진이 아니라 실행이다. 섣부른 규제개혁은 걷잡을 수 없는 대형 사고의 원인이 된다는 구시대적 사고부터 벗어던져야 한다. 모든 것은 금융소비자의 편의를 높이는 것인지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 사후 평가와 처벌로 규제개혁의 빈자리는 충분히 메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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