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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지현 “이재명, 시키는대로 내가 따라주길 바랐던 것 같다” [단독 인터뷰]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인터뷰
朴 “시키는대로 할 거였으면 비대위원장 안맡았을 것”
“‘나 얼굴마담 시키려는 것 아니냐’ 물었는데 아니라고…”
민주당 내부 쇄신·혁신 강조…전당대회 지원은 고심
“국힘과 싸우니 우리 잘못 덮자? 기득권 지키자는 것”
“상대 실수·반사이익 기댈 게 아니라 우리가 잘해야”
나이·경험 지적엔 “새로운 시선 필요하다고 영입해놓고”
李출마선언문도 비판…“팬덤에 둘러싸여서 무슨 통합”
“당내에서 ‘아싸’ 취급돼온 정치인들과 한 목소리 낼 것”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이재명 의원은 시키는대로 내가 따라주길 바라셨던 것 같다. 그런데 저는 그렇게 할 거였으면 비대위원장을 안 맡았을 것이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비대위원장을 맡기 전) 주변에서 ‘너 얼굴마담, 꼭두각시 시키려는 거다’라고 우려를 많이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은 ‘내부총질’한다는 비판에 대해 “정부 여당을 비판할 땐 당연히 가차없이 해야 하지만, ‘국민의힘과 싸우고 있으니 우리 잘못은 덮어주자’는 건 (민주당) 기득권을 지키자는 것”이라며 “(정치권은) 매일 전쟁중인데 내부총질 한다고 비판하고 그런 식으로 봐준 사례들이 쌓이다 보니 내부도 엉망이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인터뷰는 박 전 위원장이 민주당 8·28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 후보자 등록을 시도했지만 출마 요건 미비를 이유로 접수가 거절된 후 이뤄졌다. 출마가 최종 좌절된 직후였지만 박 전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을 수락했던 배경과 그간의 소회, 향후 계획, 팬덤정치의 문제점 등 질문에 대해 차분하고 담담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박 전 위원장은 “상대방 실수에 기댈 게 아니라 우선 우리 당이 잘해야 한다. 반사이익에만 기대는 건 국민들 보시기에 정치권에 대한 환멸이 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고, 이재명 의원의 강성 팬덤 지지층의 문자폭탄 등에 대해선 “팬덤이 무서워서 할 말을 못한다면 정치를 해선 안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전당대회에 나선 다른 후보자 지원 계획에 대해선 당 대표에 출마한 이동학(40) 전 최고위원과 김지수(36) 최고위원 예비후보 등의 이름을 거론하며 “내가 지지를 표명하면 이재명 의원 지지자들한테 찍힐 수도 있을 거라 도와드린다고 해도 반길지 모르겠다”면서도 “다 응원하던 분들이라 어떻게 응원을 해드려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다음은 박 전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정치에 발 들인 지난 6개월 간의 소회는

▶10년 동안 겪을 일을 지난 6개월 사이 겪었다고 느낄 정도로 너무 많은 일을 겪었다. 하루하루 힘들고 지치고 괴롭고 매일 산을 넘는 느낌이었다. 억울하고 분통하고 욕을 먹을 때도 많았는데 이렇게 욕을 먹을지라도 변화의 씨앗을 뿌려놔야 한다는 생각으로 버티려고 노력했다. 당의 비대위원장으로 일을 하면서 누구도 겪지 못할 일을 경험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기도 하고 성장한 느낌도 받았다. 이 나라 정치에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에 대해서도 많이 느꼈다.

-20대 청년 박지현을 추동하는 핵심 동력은 무엇인가

▶정치인들이 올바르지 못하고 엉망인 걸 본 순간 이걸 어떻게든 고쳐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다. 이걸 바로 잡아야 민주당을 떠나 우리 나라, 더 많은 국민, 여성, 청년들이 조금이나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옳지 못한 것을 유야무야 넘어가려는 태도들, 변하지 않으려는 관습,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그런 태도들에 매 순간 답답함과 분노를 느끼면서 그런 것들이 응축돼 동력이 된 것 같다.

-비대위원장보다는 비대위원을 맡았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나도 비대위원장 제안이 왔을 때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확신이 없었고 책임이 너무 큰 자리라 두려움도 있어서 비대위원이나 부위원장으로 하겠다고 말씀드렸었다. 그랬는데도 이재명·윤호중 의원 두 분 다 공동비대위원장을 맡아 줬으면 좋겠다고 여러 번 말씀하셨다.

-이재명 의원이 1시간 동안 통화하며 뭐라고 설득했나

▶‘나라를 살려야 하지 않겠느냐’, ‘대의를 위해서 해야 한다’. 한 시간 동안 끊이지 않고 설득을 하셔서 수락하지 않을 재간이 없었다.

-이 의원은 내심 박 전 위원장이 자신과 보조를 맞춰줄 것으로 기대했을 것 같다

▶이재명 의원은 시키는대로 내가 따라주길 바라셨던 것 같다. 그런데 저는 그렇게 할 거였으면 비대위원장을 안 맡았을 것이다. 주변에서 ‘너 얼굴마담, 꼭두각시 시키려는 거다’라고 우려를 많이 했다. 그래서 윤호중 위원장한테도 대놓고 ‘나 얼굴마담 시키려는 것 아니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그런데 ‘아니다. 정말 당 쇄신과 혁신 위해 필요한 것이니 역할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주문한대로 당 쇄신과 혁신을 열심히 말했더니 돌아온 반응은 철부지 취급에 ‘선거를 앞두고 왜 당을 혼란스럽게 만드느냐’는 타박이었다. 나는 ‘쇄신과 혁신을 안해서 선거에 졌으니,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어떻게든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선거가 앞에 있으니 하지 말자는 거다. ‘이럴 거면 지방선거 끝나고 부르지 왜 불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도부 내 소통이 부족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제 딴에는 소통을 하려고 노력했었다. 그런데 얘기를 하면 할수록 결국 결론은 ‘가만히 있어’. ‘아무것도 하지마’였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는 걸 보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내가 정말 꼭두각시로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비대위원장 시절 ‘박지현이 이재명 계양 공천을 해줬다’는 이야기가 있다

▶당시 이재명 의원이 당에서 불러주지 않으면 본인이 기자회견을 할 것 처럼 얘기를 하기도 했었고, 우리 당의 대선주자였던 분인데 본인이 손 들고 나오는 건 너무 그림이 안 좋지 않나. 당 지도부이자 비대위원장으로서 (당에서) 부르는 그림이 그나마 낫겠다라고 판단해서 어쩔 수 없이 그런 선택을 했던 것이다.

-박 전 위원장이 공격받을 때 이 의원이 적극 나서주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대선 때 (신변 위협을 무릅쓰고) 마스크까지 벗었는데 저렇게 가만히 있는다고?’ 하는 서운함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강성 지지층과 저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페이스북에 ‘(박지현에 대한) 비난과 억압 멈춰달라’는 글을 올리고, 새벽에는 ‘박지현을 왜 감싸냐’고 하는 팬들을 향해 애교정치를 하면서 달랬다. 팬덤을 잃을까 두려운 마음에서 그런 행동 나왔다고 보여진다.

-이 의원이 박 전 위원장 전당대회 출마 불허에도 입김을 넣었다고 생각하나

▶기자들이 제 출마 얘기를 물어보면 이 의원이 그동안 피하지 않았나. 오늘 출마 불허 결정나고 나서야 얘기한 걸 보고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측근인 김남국 의원이 연일 저를 공격했는데 이재명 의원 지시 없이 그렇게 맹공을 퍼부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강성 팬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던 것 같고, 무엇보다 고분고분 자기 말을 잘 들을 청년은 키워주지만 자기 목소리 내는 청년은 가만 두지 않겠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이 의원의 당 대표 출마 선언문은 어떻게 봤나

▶통합을 하겠다고 말씀하는데, 팬덤, 처럼회, 재명이네 마을(이재명 의원 온라인 팬클럽)에 둘러 싸여서 무슨 통합이 가능할지 잘 모르겠다. 지지자 분들이 들으시기에는 ‘그래 역시 이재명이지’라고 하겠지만 일반 국민 시선에서 납득될 수 있는 말인가 하는 생각 들었다. 또 ‘여남노소’ 발언을 보면서, 당 내 여러 성범죄가 있었고 인하대 살인사건도 있었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아놓고 단어 하나로 퉁치는 느낌이었다.

-비대위원장을 하면서 느낀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겉만 번지르르 한 것. 말로는 혁신과 쇄신한다고 하는데 그게 말에서 끝난다. 행동을 옮기려 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안주하고 싶고 안이해서 그런 게 아닐까. 국민의 삶을 위해 정치를 한다기 보다는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한, 앞으로 2년 후 공천이 더 중요해진 기득권에 물들어 버린 게 아닐까.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해서 다소 오락가락했다는 비판도 적잖다

▶오락가락한 건 기성 정치인들 아닌가. 반성과 쇄신을 하겠다고 해놓고 내로남불하고 온정주의로 당을 망쳤다. 출마 문제도 저는 한결 같은 입장이었다. 지도부 결정에 따를테니 공식적으로 (안건을 채택해) 의사봉으로 두드려 달라였는데 이에 대한 답변은 못 받았다.

-정치는 혼자 할 수 없다고들 하는데, 우군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동의한다. 하지만 결국 정치라는 게 국민을 보고 하는 것이지 국회의원 보고 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 국민 지지를 받는 정치인이라면 세력은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당 내에서 ‘아싸(아웃사이더)’ 취급돼온, 어려운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들도 분명히 있기 때문에 그 분들과 같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이 더 먹고, 경험 더 쌓고 정치하라’는 지적도 있다

▶나이 들고 정치를 오래했다고 잘한다면 지금 정치는 아주 훌륭할텐데 왜 정치권이 이 모양이겠나. 어쨌든 새로운 시선과 쇄신이 필요하다고 해서 나를 영입해놓고 본인들 입맛대로 움직여주지 않으니까 ‘나이 어리다’, ‘경력이 짧다’ 그러면서 무시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거야말로 꼰대의 시각이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부터 해보라’는 조롱섞인 비난도 있다

▶이미 아르바이트 많이 해봤다. 패밀리 레스토랑 아르바이트도 오래 했었고, 서빙, 약국 알바, 전단지 돌리기도 해봤다. 성인 돼서 부모님께 손 벌리고 싶지 않았고, 나름대로 강하게 자랐다.

-향후 행보는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다 열어놓고 있다. 유학을 가거나 대학원에 갈 수도 있고, 많은 분들을 더 많이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정치는 계속 할 생각이다. 총선 (출마) 생각도 당연히 있다. 다만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기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

-자신을 공격하는 강성 팬덤 지지층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미 ‘박지현은 나쁜 애’라는 색안경이 끼워지신 것 같다. 그 색안경을 한 번 벗어보시고 제 발언이나 행동들을 차근차근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살펴봐 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팬덤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것이라면 긍정적 모습을 보이려 하는데, 지금은 이 의원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몰려가 비난하고 문자폭탄을 보낸다. 그게 정말 자기가 지지하는 정치인을 위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주실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지지층과 싸우는 건 지혜롭지 못하다는 반론에 대해선

▶정치인은 팬이 필요한 게 아니라 비판적 지지자가 필요하다. 팬은 본인이 좋아하는 정치인이 잘못해도 비판을 할 수가 없다. 우리 당을 응원해주고 지지해주는 그런 분들도 필요하지만, 정치인들은 (팬덤이 아니라) 국민 앞에서 을(乙)이어야 한다. 갑(甲)인 국민 앞에서 취해야 할 태도는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그들이 얘기하는 것들에 대해 귀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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