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전 세계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긴축전쟁’에 돌입한 가운데, 오는 28일 미국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한꺼번에 1.0%포인트 올리는 ‘울트라 스텝’을 밟을 지 주목된다. 앞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지난달 24년만에 ‘자이언트 스텝’(정책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나섰지만 인플레이션 방어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이달 설립 이래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올리는 ‘빅 스텝’을 단행한 한국은행은 한달도 지나지 않아 한미간 금리차 역전을 맞게 됐다. 이에 따라 8월에도 기준금리 인상 압박이 커졌다.

한은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6%대로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2.25%로 올린 13일 미국에선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년만에 9%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미국이 한꺼번에 1.0%포인트 초대형 금리 인상에 나설 확률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한미간 금리차는 0.50%포인트로 미국이 1.0%포인트 금리를 올리게 되면 0.50%포인트의 금리차 역전이 발생하게 된다.

미국보다 한국의 금리가 낮아지면, 당장 달러 가치가 높아지고 원화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일으키게 된다. 이에 따른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 인상 효과를 가져와 다시 물가 상승을 자극하는 악순환 요인이다. 외환시장 불균형과 자본시장에서의 자금 유출도 나타날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7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은 오늘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50bp(1bp=0.01%포인트) 인상한 만큼, 국내 물가 흐름이 현재 전망하고 있는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금리를 당분간 25bp씩 점진적으로 인상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총재는 그러나 “대내외 여건 변화로 인플레이션이 더 가속되거나, 이와 달리 경기 둔화 정도가 예상보다 커진다면 정책 대응의 시기와 폭도 달라질 수 있다”며 “ 이 과정에서 신흥국의 환율상승 및 자본 유출압력 증대와 그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상황 변화가 우리 금융· 외환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예의 주시하겠다”고도 덧붙였다.

미국과의 금리 역전과 이를 막기 위한 주요국의 역환율 전쟁(reverse currency war)이 나타나면 한은도 통화정책방향 결정에 압박을 받게 된다.

문제는 이로 인해 커질 경기하방 위험이다. 금리 인상은 자산 가격을 낮추고 부채 부담을 늘릴 뿐 아니라, 기업 자금조달 환경도 악화시켜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

한은은 8월 기준금리 결정과 동시에 올해 경제성장률 및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내놓는다. 한은은 5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7%, 물가상승률을 4.5%로 전망한 바 있다. 한은은 8월 경제성장률을 낮추고 물가상승률은 상향해 수정 전망치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