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아파트를 팔겠다는 사람 대비 사겠다는 사람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등 연이은 금리 인상에 고물가,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1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6.4로 전주(86.8)보다 0.4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지수는 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선(100)보다 낮으면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 5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배제 조치 시행 이후 꺾이기 시작해 10주 연속 하락했다. 다주택자의 절세 매물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계속되는 금리 인상과 고물가, 경기 침체 우려 속에 매수세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서울 5대 권역별로 보면 용산·종로구가 있는 도심권은 84.7로 지난주(85.7)보다 1.0포인트 하락해 낙폭이 가장 컸다. 대선 이후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개발 기대감에 고공행진했던 용산구의 아파트값은 이번 주 0.01% 내려 16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이 속한 동북권은 81.4로 지난주(82.1)보다 0.7포인트 내렸고, 강남4구가 포함된 동남권 역시 지난주보다 0.7포인트 하락한 91.9를 나타냈다. 마포·은평·서대문구 등이 있는 서북권은 지난주보다 0.2포인트 하락한 79.3으로 주요 권역 중 매매수급지수가 가장 낮았다. 양천·영등포구 등이 포함된 서남권은 90.7로 5대 권역 중 유일하게 0.2포인트 상승했으나 여전히 기준선 아래 머물렀다.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94.0으로 전주 대비 0.3포인트 하락했다. 도심권이 89.6으로 90 아래로 밀려나는 등 5대 권역이 일제히 내렸다.

부동산원이 발표한 이번 주 서울 아파트값은 0.04% 하락해 전주(-0.03%)보다 낙폭이 더 커졌다. 전셋값은 2주 연속 0.02%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예상대로 빅스텝을 단행하고, 앞으로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예고함에 따라 매수심리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경제 불안과 금리 인상 등으로 매수자의 심리적 부담이 선반영된 부분도 있으나 이번 빅스텝으로 인한 매수세 위축은 더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양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