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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과 더 손잡아야”, “테슬라 같은 전략 필요”…한국에 제시된 위기 해법은?
상의 ‘제주포럼’ 통해 경제 패러다임 변화 전망
투즈 교수 “미국 제일주의에서 유럽 등 다변화” 주장
신용석 교수 “프랜드 쇼어링 같은 새 전략 필요”
추경호 부총리 “민간 중심으로 정책 방향 확 틀 것”
애덤 투즈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상의 제공]

[헤럴드경제(제주)=정태일 기자] “1930년대 세계적인 경제 대공황 위기 수준이다.”

올해 들어 전 세계적으로 닥친 경기 침체가 유래 없는 속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세계 석학들의 경고가 제기됐다. 코로나19로 급격히 위축됐던 경기가 지난해 반전 수준으로 회복된 직후 ‘R(경기침체)의 공포’를 맞게 돼 타격이 더욱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국은행의 사상 첫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P 인상) 단행에 이어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두 달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75%P 인상)까지 전망돼 위기감이 한층 커지고 있다. 한국이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기존 질서에서 과감히 탈피해 국제 공조 관계를 재정립하고, 산업 시스템을 완전히 새롭게 정비하는 혁신적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안이 나왔다.

13일 해비치 호텔&리조트 제주에서 개최된 ‘제45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세계적인 경제사학자 애덤 투즈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세계 100인 사상가 선정)는 “2022년이 시작되자마자 글로벌 GDP가 수주 만에 20% 떨어졌는데 이는 역사 상 가장 큰 쇼크로 한국에도 직격탄이 됐다”고 밝혔다. 투즈 교수는 “2021년 경제 회복도 최근 50년간 가장 빠른 속도였지만, 2022년에는 경제 회복으로부터 급작스러운 경기 둔화로 돌아섰다”며 “이는 가장 빠른 속도의 경기 침체이자 위축으로 1930년 경제 대공황 수준에 맞먹는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경제 패러다임으로서 투즈 교수는 글로벌 무대에서 미국의 위상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즈 교수는 “미국이 경제 성장 모델과 시스템을 생산하는 주체의 역할을 하다 현재는 응집력과 질적인 측면에서 위력이 약해졌고, 중국의 부상과 함께 미국의 위기 등이 부상했음에도 미국 제일주의에 여전히 사로잡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미래의 패러다임을 전적으로 미국에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한국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애덤 투즈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제주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상의 제공]

이에 대한 대안으로 투즈 교수는 “당장은 긴밀하게 미국과 연대해 정치·경제 안보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미래를 봤을 때 동아시아 경제는 미국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런 관점에서 한-유럽연합의 관계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투즈 교수는 “정치적 체제를 봤을 때 유럽은 서구에서 유일하게 기후변화 등 당장 직면한 위기를 포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치 체제를 갖췄다”며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응하고 복지국가로서의 재분배 구조를 갖춘 모습을 보면 유럽은 새로운 패러다임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석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교 교수 [상의 제공]

한미경제학회 ‘이코노미스트상’을 수상한 신용석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교 교수는 “금리를 많이 올리지 않으면 환율 상승 자체가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오기 때문에 한국은행 빅스텝 기조는 향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개방 경제 체제에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이런 상황일수록 새로운 세계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무조건 값이 싼 것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호적인 동맹을 찾아 거기에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부품을 받는 프랜드쇼어링(friend-shoring)이 부상하고 있다”며 “테슬라 등 공급망이 불안해지니까 자체적으로 수급에 나서는 기업들이 새로운 세계화 패턴 사례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신 교수는 이 같은 새로운 패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래를 보는 기술 투자가 필수로, 기술을 확보해야 우호 동맹 대상이 될 수 있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도 시장에서 기업이 활발하게 도전하고 경쟁할 수 있도록 틀을 만들어주고 기초과학 등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용석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교 교수가 상의 제주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상의 제공]

이와 관련 추경호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새 정부는 정책 방향을 이전 정부 중심, 재정 중심에서 거꾸로 민간·기업·시장 중심으로 방향을 확 틀어서 추진하고 있다”며 “민간 중심의 역동적인 경제를 위해 규제 혁파를 최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또 한국은행 빅스텝에 대해 “(기준금리 인상이) 일부에는 주름살(부담)이 될 수 있는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과도한 통화가 풀려있어서 한국은행이 0.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한 것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수습하는 데는 상당히 도움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상의 제주포럼에서 정책강연을 하고 있다. [상의 제공]

추 부총리는 “10월 정도 가면 밥상물가, 장바구니 물가는 조금 안정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정부도 우선 제일 급한 것이 물가 안정이기 때문에 물가 안정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가가 오르니까 당연히 인건비 상승 요구가 있고, 가격을 올려야겠다는 내부적인 수요도 있어 전체적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기업 현장에서도 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올려서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며 “기업에서도 생산성 향상을 통해서 원가 상승 요인을 조금 흡수해 주면 일정 시점 후 전반적으로 선순환 구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업들에 물가 안정 협조를 당부했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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