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정윤희의 현장에서] 추락하는 지지율은 날개가 없다

정권 초기 ‘허니문’은 짧았다. 어느 순간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를 넘어서는 ‘데드크로스’가 언급되더니 안정적 국정운영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지지율 40%도 깨졌다. 놀랍게도 불과 집권 두 달 만의 일이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일단 고물가로 민생경제가 어려워졌다. 대통령은 연일 ‘특단의 대책’ ‘선제 조치’를 주문했다지만 당장 피부에 와 닿지는 않는다. 대출금리는 치솟는데 주가는 연일 곤두박질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재확산까지 겹쳤다. 말 그대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윤석열 대통령으로서는 억울할 만도 하다. ‘3고’ 경제위기는 전 세계적 현상인 만큼 우리나라가 당장 이를 극복하긴 어렵다. 또 국정운영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지지율이 떨어질 때도 있다. 대표적으로 ‘인기는 없지만 국가미래를 위해 꼭 해야 할’ 정책을 추진할 때 그렇다. 윤 대통령이 공언한 ‘연금·노동·교육개혁’이 대표적인 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라크 파병 등을 추진할 때 그랬다.

문제는 최근 지지율 추락은 윤 대통령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점이다. 새 정부 들어 논란 끝에 낙마한 장관급 인사는 벌써 4명에 달한다. 특정 부처 장관 후보자 연이어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국회 원 구성 지연을 이유로 인사청문회를 ‘패싱’한 고위 공직자도 4명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순방에 민간인을 동행시켰다는 논란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지만 대통령의 6촌을 대통령실에 채용한 것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더 큰 문제는 논란을 대하는 대통령의 인식이다. 윤 대통령은 그간 수차례 출근길 약식회견(도어스테핑)에서 ‘전 정권’을 언급해왔다. 장관 후보자 낙마 등 인사문제와 관련된 질문에는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지난 5일), 검찰 편중 인사 질문에는 “과거엔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들이 아주 뭐 도배를 하지 않았나”(6월 8일)라고 했다.

각종 정책이 논란에 부딪혔을 때도 여지없이 꺼내드는 것은 ‘지난 5년’이다. ‘전가의 보도’가 이건가 싶다. 국민은 미래 비전을 원하는데 대통령은 여전히 과거와 싸우는 셈이다. 한 평론가는 “정권을 인수하랬더니 ‘내로남불’만 인수한 꼴”이라고 뼈를 때린다.

물론 지지율만으로 정권의 모든 것을 평가할 수는 없다. 이제 겨우 두 달, 정권 초반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그러나 그 짧은 기간에 중도층·무당층뿐만 아니라 자신의 지지 기반인 보수층까지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분명한 ‘위험 신호’다.

흔히 정치인들은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들 한다. 물론 진짜로 일희일비하지 않는 정치인은 드물지만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지지율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한다. 진심인지는 알 수 없다. 정말 일희일비할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국민 여론에 좀 더 귀를 기울일 필요는 있다.

‘군주민수(君舟民水).’ 민심은 생각보다 냉정하다.

yuni@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