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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아한 반전’ 몬트리올 심포니…‘조화로운 아름다움’ 쾰른 괴르체니히 [리뷰]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ㆍ선우예권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ㆍ클라라 주미 강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엔데믹 분위기와 함께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와의 만남이 심심치 않을 거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러시아가 야기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물류비가 치솟으며 대형 오케스트라의 내한이 줄줄이 취소됐다. 이러한 때에 북미와 독일을 대표하는 악단들이 연이어 한국을 찾았다.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다.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지난 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을 시작으로 6일 예술의전당, 7일 대구콘서트하우스, 8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의 관객과 만났다. [인아츠 제공]

■ 우아한 선율·록페의 짜릿함…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

14년 만에 한국을 찾은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지난 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을 시작으로 6일 예술의전당, 7일 대구콘서트하우스, 8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의 관객과 만났다.

이번 내한은 악단의 제 9대 음악감독에 취임한 베네수엘라 출신의 젊은 지휘자 라파엘 파야레와 함께 하는 첫 해외투어다. 파야레 감독으로는 7년 만의 내한이다.

첫 날 공연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콘서트는 “몬트리올 심포니가 제공하는 오마카세와 같은 무대”라고 했다. ‘오마카세’는 셰프의 특선요리를 뜻한다. 그날 셰프가 제공하는 최고의 요리다.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선보인 한 곡 한 곡은 악단의 정체성을 보여주면서도 42세의 젊은 마에스트로의 열정을 보여준 무대였다.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지난 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을 시작으로 6일 예술의전당, 7일 대구콘서트하우스, 8일 통영국제음악당에서의 관객과 만났다. [인아츠 제공]

첫 날 공연에선 1, 2부를 통해 라벨의 ‘라 발스’, 드뷔시의 ‘바다’를 선곡했다. 프랑스 태생도 아니면서 “프랑스 음악을 가장 잘 하는 오케스트라”로 불리는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DNA를 보여주는 선곡이었다.

‘라발스’로 문을 연 무대는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파야레 감독에 대한 짧은 소개처럼 들렸다. 음악은 작은 새들이 숲 속을 거니는 듯한 소리로 시작해 파야레의 지휘봉에 맞춰 점차 웅장해졌다. 그 안에 간직한 우아함과 명료함이 첫 번째 요리로 안성맞춤이었다.

베네수엘라에서 나고 자라 ‘엘 시스테마’의 음악 교육을 받은 파야레 감독은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로에게 지휘 수업을 받았다. 탁월한 테크닉을 보여주면서도 춤을 추며 무대를 어루만지는 포디엄에서의 모습은 눈을 뗄 수 없었다.

특히 인상적인 무대는 바르톡의 ‘중국의 이상한 관리 모음곡’이었다. 팝스타 같은 외모의 파야레 감독은 한 편의 드라마를 써내려가듯 음악을 시작했다. 록페스티벌을 연상케 하는 짜릿하고 극적인 연주가 귀를 쉴 새 없이 자극했다. 지루할 틈이 없이 이어지는 음표의 향연, 그 안에서 아름답게 들려오는 섬세한 현의 소리, 완벽한 하모니 안에서 반짝이는 악기들의 솔로 연주가 일품이었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은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 첫날 공연에서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3번을 연주했다. [인아츠 제공]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내한에선 화려한 협연자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은 첫날 공연에서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3번을 연주했고,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은 6~8일까지 서울, 대구, 통영에서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1번을 들려줬다. 2017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선우예권은 과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오케스트라와 잘 어우러지는 무대를 보여줬다.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가 지난 7일 5년 만의 내한공연으로 한국 관객과 만났다. [빈체로 제공]

■ 조화로운 음악의 아름다움…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

195년의 역사를 가진 독일 전통의 악단,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는 지난 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한국 관객과 만났다. 2017년 이후 5년 만의 내한이다. 이번 무대에선 2015년부터 상임 지휘자를 맡은 마에스트로 프랑수아 자비에 로트가 포디움에 섰다.

1872년 창단 이후 매시즌 50회 가량의 공연을 이어가는 이 악단의 연주를 듣기 위해 시즌마다 10만 명 이상의 클래식 팬들이 공연장을 찾는다. 오랜만의 서울 공연에서도 독일 명문 악단을 기다려온 관객들의 발길이 가득 찼다.

연주회의 문을 연 첫 곡은 베토벤의 레오노레 서곡 3번이었다. 프랑수아 자비에 로트 감독은 관객과 인사를 나누고, 단원들에게 몸을 돌리자 마자 지휘봉을 들어올렸다. 객석의 그 어떤 어수선함에도 방해받지 않는 집중력에 대한 자신감처럼 보였다.

이날 연주회에서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는 레오노레 서곡 3번부터 2부의 문을 연 슈만 교향곡 3번에 이르기까지 박력있는 조화로움을 들려줬다. 단단하게 꽉 채워진 소리가 프랑수아 자비에 로트 감독의 손 끝에서 만들어졌다. 깔끔하고 명료했다. 군더더기 없이 단정하고, 힘이 넘치면서도 과장이 없다. 악기 소리 하나 하나가 살아있으면서도 특정 악기가 모나게 돌출되지 않는다. 웅장하게 울리는 하나의 소리 뒤로 호른을 비롯한 금관악기들의 소리가 근사했고, 목관의 소리가 아름다웠다. 조화로운 음악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이 강력한 감동을 줬다.

클라라 주미 강과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 [빈체로 제공]

협연자로 나선 클라라 주미 강이 생상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을 선보였다. 협주곡은 이렇다 할 설명 없이 바이올린 솔로로 시작된다. 깊은 저음에서 시작해 하늘 끝까지 치솟은 변화무쌍한 음의 향연이 숨막히게 한다. 2악장은 압권이었다. 투명하게 빛나는 바이올린의 하모닉스와 오보에, 플루트와 주고 받는 대화가 아름답다. 그러다 비장하고 아찔하게 끝을 맺으면 주미 강 역시 오케스트라의 일원이었던 것 같은 조화로움을 만나게 된다.

프랑수아 자비에 로트 음악감독과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의 한국인 단원들 [빈체로 제공]

모든 무대를 마치고, 프랑수아 자비에 로트 감독은 마이크를 잡고 한국말로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관객 여러분,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 뒤, 악단에 훌륭한 한국인 단원이 있다며 세 명의 연주자를 일으켰다. 로트 감독은 이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게 하며 앙코르 곡까지 소개하도록 했다. 베를리오즈의 ‘베아트리체와 베네딕트’ 서곡이었다. 이 곡은 베를리오즈가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와 초연한 곡이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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